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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가사리 Mar 11. 2021

서로 달라도 어울릴 수 있어

태국 방콕 | 망고 찹쌀밥


일한  2년쯤 되어 후임이 생겼다. 하고 있던 업무를 분장하고 그녀가 해야  일을 가르쳤다. 그녀가 회사의 소셜미디어에  콘텐츠를 작성하면, 나는 최종 업로드 에 콘텐츠를 감수했다.


“엄빠라는 말을 구어로 할 순 있지만, 여기 쓰는 건 맞지 않아요.”

“아, 이 명언은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것 같아요”


하나  알려주며 지난날 나를 돌봐준 수많은 선배들이 생각났다. 그들의 인내심만큼 그릇은 크지 못했다. 팀장에게 상황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전달할  있을지, 후임에게 좋은 선임의 역할을 어떻게 할지 막막했다. 출장 중이던 친한 동료에게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던 , 그녀가 멋진 제안을 했다.


“귀국 전에 방콕에서 스탑오버 할 거 같아요. 주말에 건너올래요?”


금요일 밤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카오산로드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미 도착해 쉬고 있던 동료들이 나를 반갑게 맞았다. 그녀 앞에 여러 가지 뒤섞여 있던 마음을 토로했다. 아무래도 나는 선임의 그릇이 안 되는 거 같다고. 그 누구도 답을 줄 수 없고, 결국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쏟아내며 답답한 실타래가 풀리는 듯했다. 회사도, 일도, 관계도 모두 생각하지 않고 주말을 즐기기로 했다.


카오산의 아침은 느긋하게 시작한다. 긴 출장을 마친 동료도, 지난한 업무에 지친 나도 느지막이 일어나 골목을 걸었다. 여러 번 방콕을 온 동료가 우리를 작은 골목으로 이끌었다. 그녀가 자주 왔다는 포장마차에서 쌀국수, 팟타이 등을 시켰다.


“아, 망고 밥도 하나 시킬까요? 언니, 먹어봤어요?”

“아니- 망고랑 밥을 같이 먹는 거야?”


그녀가 주문한 망고 찹쌀밥(망고 스티키 라이스) 쫀쫀한 찹쌀밥 한 덩이 옆에 달콤한 망고 조각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과일과 밥을 함께 먹는다고? 낯설고 이상한 조합이다. 포크로 밥을 떠서 한 입 입에 넣었다. 코코넛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달콤한 망고도 콕 찍어 함께 입으로 넣었다. 어랏, 묘하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밥과 망고가 입 안에서 잘 어우러졌다.


“어때요. 묘하게 어울리죠? 맛있죠?”


이미 내 표정을 읽은 그녀가 확인하듯 묻는다. ‘응, 맛있네. 맛있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맛있어.’ 포장마차에 앉아 망고 찹쌀밥을 먹으며 새로 온 후임을, 말 꺼내기가 어려운 팀장을 생각했다. 그래.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서로의 결도,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다를 수밖에. 다 나 같으면 재미없잖아? 우리는 망고와 밥 같은 존재일까. 마지막으로 남은 망고 한 조각과 밥을 함께 씹으며 이 주말이 끝나면 다시 만날 그들을 떠올렸다. 서로 다르기에 묘하게 잘 맞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이 망고 찹쌀밥처럼!


Bangkok, Thailand _ Mango sticky rice 망고찹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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