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 망고 찹쌀밥
일한 지 2년쯤 되어 후임이 생겼다. 하고 있던 업무를 분장하고 그녀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쳤다. 그녀가 회사의 소셜미디어에 쓸 콘텐츠를 작성하면, 나는 최종 업로드 전에 콘텐츠를 감수했다.
“엄빠라는 말을 구어로 할 순 있지만, 여기 쓰는 건 맞지 않아요.”
“아, 이 명언은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것 같아요”
하나 둘 알려주며 지난날 나를 돌봐준 수많은 선배들이 생각났다. 그들의 인내심만큼 내 그릇은 크지 못했다. 팀장에게 상황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 후임에게 좋은 선임의 역할을 어떻게 할지 막막했다. 출장 중이던 친한 동료에게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던 중, 그녀가 멋진 제안을 했다.
“귀국 전에 방콕에서 스탑오버 할 거 같아요. 주말에 건너올래요?”
금요일 밤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카오산로드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미 도착해 쉬고 있던 동료들이 나를 반갑게 맞았다. 그녀 앞에 여러 가지 뒤섞여 있던 마음을 토로했다. 아무래도 나는 선임의 그릇이 안 되는 거 같다고. 그 누구도 답을 줄 수 없고, 결국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쏟아내며 답답한 실타래가 풀리는 듯했다. 회사도, 일도, 관계도 모두 생각하지 않고 주말을 즐기기로 했다.
카오산의 아침은 느긋하게 시작한다. 긴 출장을 마친 동료도, 지난한 업무에 지친 나도 느지막이 일어나 골목을 걸었다. 여러 번 방콕을 온 동료가 우리를 작은 골목으로 이끌었다. 그녀가 자주 왔다는 포장마차에서 쌀국수, 팟타이 등을 시켰다.
“아, 망고 밥도 하나 시킬까요? 언니, 먹어봤어요?”
“아니- 망고랑 밥을 같이 먹는 거야?”
그녀가 주문한 망고 찹쌀밥(망고 스티키 라이스) 쫀쫀한 찹쌀밥 한 덩이 옆에 달콤한 망고 조각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과일과 밥을 함께 먹는다고? 낯설고 이상한 조합이다. 포크로 밥을 떠서 한 입 입에 넣었다. 코코넛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달콤한 망고도 콕 찍어 함께 입으로 넣었다. 어랏, 묘하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밥과 망고가 입 안에서 잘 어우러졌다.
“어때요. 묘하게 어울리죠? 맛있죠?”
이미 내 표정을 읽은 그녀가 확인하듯 묻는다. ‘응, 맛있네. 맛있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맛있어.’ 포장마차에 앉아 망고 찹쌀밥을 먹으며 새로 온 후임을, 말 꺼내기가 어려운 팀장을 생각했다. 그래.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서로의 결도,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다를 수밖에. 다 나 같으면 재미없잖아? 우리는 망고와 밥 같은 존재일까. 마지막으로 남은 망고 한 조각과 밥을 함께 씹으며 이 주말이 끝나면 다시 만날 그들을 떠올렸다. 서로 다르기에 묘하게 잘 맞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이 망고 찹쌀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