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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가사리 Mar 19. 2021

함께라서 더 좋은 천국의 맛

프랑스 파리 | 누뗄라 크레페

연휴를 끼고 2주의 늦은 여름휴가를 얻었다. 긴 휴가인 만큼 오랫동안 벼르던 유럽으로 떠나기로 했다. 에어프랑스를 타고 도착한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은 혼잡했다. 나처럼 파리에 도착한 이와 다른 나라로 경유하는 이들로 꽉 찼다. 프랑스 파리, 영화 속 낭만을 느끼기에 날씨는 을씨년스러웠다. 금방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 비둘기가 활보하는 거리, 냄새가 나는 지하철. 내게 파리의 첫인상은 그랬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여 짐을 맡겼다.


“저기요, 혹시 혼자 오셨어요?”  


앞서 짐을 맡긴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스무 살쯤 되었을까, 앳된 얼굴의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으시면 저와 하루 같이 다니실래요?”

“좋아요. 그렇게 해요.”


대학을 휴학하고 온 여행의 시작이라고 했다. 첫 번째 유럽의 문을 프랑스 파리에서 연 우리는 기대와 달랐던 도시에 대한 단상을 나누고, 다시 만날 약속을 잡았다. 내가 남부로 떠나기 전 날, 몽마르뜨 언덕과 에펠탑에 함께 가기로 했다. 도착한 첫날은 종일 오르세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했다. 홀로 돌아다니는 이틀 내내 흐리고 수시로 비가 내렸다.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는 일본인도 목격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프랑스인을 보니 이 도시에 정이 뚝 떨어졌다.


마지막 , 약속한 그녀를 만나러 몽마르뜨 언덕으로 향하는 , 거리에서 크레페 가게를 발견했다.  사이즈의 크레페가 구워지고 취향에 따라  재료를 고를  있었다. 널찍한  옆에 초콜릿 크림, 누뗄라가 있었다. ‘, 누뗄라! 천국의 !’ 일본의 셰어하우스에서 만난 프랑스인 친구 레티시아가 생각났다. 종종 나는 그녀의 소포 언박싱을 구경하곤 했다.


“오 마이 갓, 불가사리! 내가 네게 천국의 맛을 알려줄게.”


그녀는 고향에서 온 소포 상자에서 꺼낸 작은 누뗄라 통을 내게 흔들었다.   저녁, 셰어하우스의 다른 프랑스인 친구들과 함께  길고  저녁을 먹었다. 엄마가 파전을 굽듯 올리비에프라이팬에 크레페 반죽을 펼쳤다. 레티시아는 식탁에 프랑스의 엄마가 보낸 누뗄라  통을 꺼냈다. 얇은 크레페에 누뗄라를 듬뿍 얹고, 바나나를 얇게 썰어 올렸다. 누뗄라는 금세 바닥이 보였다.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레티시아, 정말 맛있다. 근데 이거 여기서 구할 수 없는데, 너한테 귀한 거 아니야?”

“천국의 맛은 함께라서 더 좋은 거야.”


몽마르뜨 언덕으로 가는 길, 새로 사귄 친구를 기다리며 누뗄라 크레페를 주문했다. 크고 넓은 판에 펼친 반죽이 금세 익었다. 누뗄라를 듬뿍 바른다. 저 멀리 만나기로 한 그녀가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크레페를 하나 더 주문했다. 천국의 맛은 함께하면 더 좋으니까. 잿빛의  파리가 달콤한 초콜릿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Paris, France _  누뗄라 크레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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