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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가사리 Jan 01. 2020

모든 좋은 기운을 모아

2019년 마지막 점을 찍자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희석된다. 매일의 날들은 점처럼 찍히고, 하나의 선처럼 보인다. 분명 들쑥 날쑥한 감정으로 찍었던 점인데, 한 방향을 향하여 끝나지 않는 선처럼 이어진다. 2019년의 마지막 날, 조금 전 소셜 미디어의 특정 기능이 골라준 9장의 사진 속 나도 그랬다. 사진 한 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기타 등등, 머릿속의 희미해진 기억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그 날의 감정은 고스란히 담아두지 말고, 모두  흘려보내면서 살아가라’는...


© belart84, 출처 Unsplash


“너 아직 러시아에 있어?”
오랜만에 옛 직장의 미얀마 동료가 안부를 묻는다.
“응, 난 작년부터 모스크바에 살고 있어. 남편이 이 곳에서 일하거든.”

결혼과 함께 해외의 삶을 시작한 지 이제 1년 반, 시댁이 멀어져서 좋겠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부럽다. 는 등등의 이야기를 듣지만 모두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밝은 낮에는 내가 잘한 것보다는 잘 못하는 것을 찾기 바쁘고,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더딘 듯한 나의 세계에 갇혀 캄캄하고 불안한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를 꺼내 준 이들이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 그리고 찾아드는 다정한 친구들의 안부들, 지나 보면 모두 아주 적절한 때와 순간에 나에게 왔다.


© randytarampi, 출처 Unsplash


모든 것에 때가 있다. “꽃피는 때는 따로 있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2019년은 매일 꾸준히 심고 또 심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어도, 때를 기다리며 꾸준한 농부의 마음을 배우고 싶었다. 아주 아주 느린 속도로 가는 러시아어도, 여름날 반짝 매일 썼던 블로그도, 겨울의 시작과 함께 그리는 오늘의 그림들도, 내년에는 어떤 꽃이 피게 될지 모르지만 계속 꾸준하고 싶다.  2019년, 마지막 날이니까. 다른 해도 아닌,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꿈의 2020  원더 키디의 해니까, 그리고, 지금 나는 재탄생을 뜻하는 르네상스가 시작한, 이 곳 피렌체에서 이 바람을 적고 있으니까, 모든 좋은 기운을 모아 올해 마지막 점을 찍는다. Buon Anno! 해피 뉴 이어!

러시아어로 새해 인사는, “스 노빔 고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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