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과 티타임

달콤한 것이 좋아

by 불가사리


“언니, 제가 드디어 그 이유를 알았어요!

러시아인들이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편에 비하여, 통통한 이유 말이죠.”

주말에 러시아인 친구의 다차를 다녀왔다는 완은, 쉬는 시간이 되자 신나서 이야기를 꺼냈다.

“하루에 5번은 차를 마신 것 같아요. 그때마다 콘페티(달콤한 것, 주로 초콜릿)도 같이 먹는 거죠. 이유는 바로 그 콘페티예요. 산책하고 차 마시고, 또 산책하고 차 마시고... 그때마다 초콜릿, 쿠키, 케이크를 곁들이니까요. ”


달콤한 것을 곁들이는, 러시아의 티타임 (출처 : 얀덱스 )


산책과 티타임, 러시아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조합이다. 이 곳의 사람들은 차를 좋아한다. 차를 마실 때는 꼭 달콤한 것을 곁들여야 한다. 러시아인 친구네 집에 가면, 친구는 늘 먼저 주전자에 물을 붓고 끓여서 차를 우린다.

“이건 아빠가 정원에서 직접 따서 말린 거야.”
“오- 무슨 식물의 잎이야?”
“블랙커런트 잎이야. 건강에 좋아. 이걸 찻잎과 섞어서 함께 우려줄게.”


블랙커런트의 잎사귀 말린 것과 얼그레이 찻잎을 같이 우리는, 그녀의 그젤 주전자


러시아인 친구가 건넨 잎사귀의 향을 맡았다. 박하향 같기도 하고, 바짝 마른풀에서 나는 자연의 향이 느껴졌다. 친구는 능숙하게 얼그레이 찻잎과 마른 잎을 그녀의 할머니에게 받은 그젤 주전자에 넣었다. 뜨거운 물을 붓고 차가 우려 지길 기다리며, 그녀의 손은 자연스레 찬장으로 간다. 늘 준비되어 있는 초콜릿과 쿠키를 꺼내 접시에 담았다. 이 모든 동작이 자연스럽다.

한국에서 나는 차보다 커피를 즐겼다. 회사의 우리 팀 자리엔 핸드드립 세트가 있었고, 일찍 출근하여 커피를 내리는 게 좋았다. 곱게 갈린 원두에 따뜻한 물을 붓고 숨을 한번 크게 쉬는 걸 보며, 나도 깊게 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의 커피는 하루를 깨우는 익숙한 절차였다. 업무의 시작을 알렸던 커피가 아닌, 차를 마시고 있으니 몸도 기분도 나른해졌다. 쌀쌀해진 창 밖을 바라보며, 우리는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고, 초콜릿을 먹고 또 음악을 듣는다.


느긋하고 향기로운 티타임


“엇, 불가사리. 햇빛이다.”
“정말! 해님이 나왔네.”
“코트 입어. 잠시 산책 가자. 언제 또 사라질지 몰라.”
“근데 밖에 바람도 불고 쌀쌀한 거 같은데...”
“바닥에 눈이 없잖아.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야.”

첫 번째 차를 마신 우리는 잠시 찾아온 햇살을 따라 산책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해가 귀한 나라. 어느 해의 모스크바 12월 한 달의 일조량은 8분이었다.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종일 흐리고 우중충한 날이 많은 모스크바. 한국인인 내게는 ‘쌀쌀하여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 지만, 아직 눈으로 덮이지 않은 맨 땅은, 러시아인에게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다. 거기에 잠시 햇살이 내리고 있으니, 이제 산책을 가야 하는 때가 되었다. 이 햇살은 30분도 안되어 금세 사라질 수 있으니, 지금 이 순간을 누려야 한다.


목적지가 있는 걷기가 아닌, 햇살을 쬐고, 눈이 오지 않는 땅을 밝기 위한 산책. 이 산책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두 번째 차를 마실 것이다. 물론 우리의 티타임에 달콤한 것도 빠질 수는 없지.


러시아인 친구를 만나면 늘 차와 달콤한 것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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