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북한 사람

기약할 수 없는 만남

by 불가사리

모스크바에서 택시를 타면 기사들은 종종 내게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는다.

“한국인이에요.”
“북쪽이에요?”
“남쪽입니다.”


한국인이라는 답변에 북쪽인지, 남쪽인지 한번 더 묻는 것. 대화의 흐름은 자연스럽다. 모스크바의 거리엔 현대 자동차가, 집안에는 LG 가전제품이 있고, 미용실에는 BTS의 음악이 흐른다. 하지만 어떤 러시아인은 한국인이라는 답변에, 대한민국보다 조선인 민민 주주의 공화국의 사람을 떠올린다.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평양 고급 백화점의 딸 서단(서지혜)이 러시아에서 유학을 한 것처럼, 모스크바에 유학 중인 북한 학생들도 있다. 나는 식당에서 처음으로 북쪽에서 온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모스크바의 북한식당 <능라도> 간판엔 _ 한국 능라도 레스토랑 이라고 적혀있다.

"그럼 저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이야?”
“응, 한국말 다 알아들으니까, 조심해.”
“그럼 내가 한국어로 주문해야지!”

남편과 처음으로 간 모스크바의 북한 식당 <능라도> , 러시아어가 익숙하지 않은 나 대신 이곳에서 주문은 남편의 몫이었다. 하지만 북한 식당에서는 편안하게 한국어로 주문할 수 있다. 종업원들은 모두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평양냉면과 소적쇠, 백김치, 감자전을 주문했다.


참 맛있었던 북한식당 능라도의 소적쇠 :) 출처: 얀덱스


“북한 사람이 준 평양냉면을 먹으니 기분이 이상해, 이 백김치 정말 아삭하고 맛있다!”


아삭하게 잘 익은 백김치를 먹으니 한국에 있는 것 같다. 음식을 가져다준 종업원의 입에서, 공손하고 다정한 한국어를 들어서 그랬을까. 내가 다니던 러시아 어학교에도 북한 학생이 있었다. 아쉽게도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전체 음악회가 있던 날 나는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선생님께 물어보니, 어학교에서 반편성을 할 때 가능하면 북한과 남한의 학생을 한 반에 배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 randominstitute, 출처 Unsplash


“저희 학부에 있었어요.”
“정말? 어때, 친하게 지냈어?”

모스크바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을 통해 북한에서 온 같은 과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졸업할 때,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는 ‘이제 페이스북으로 연락하고 지내자.’ 하고 헤어지는데, 그 친구는 그러더라고요. ‘우리 나중에 통일되면 만나자.’ 여기서 끝이죠.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마음이 뭉클했다. 인도나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친구와는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소식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생사여부도 알 수 없는 친구.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지만, 모스크바 대학교에서의 만남이 전부인 친구. 모스크바를 떠나면서 기약할 수 없는 만남, 이 곳에는 그런 사귐도 있다.


*모스크바의 북한 식당 <능라도>는 2019년 10월 갑자기 영업을 종료했다. 이는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안보리)의 해외 근로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 micha_braendli, 출처 Unsplash 인터넷에서 찾은 북한의 사진, 모스크바의 지하철(메트로)와 비슷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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