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맨과 함께 지하철을 타다
“저 책가방은 뭐야, 엄청 큰데?”
“음식 배달하는 사람들이야.”
“지하철을 타고 음식을 배달한다고?”
남편과 함께 탄 지하철에는 큰 가방을 멘 남자가 함께 서 있었다. 방수 재질의 노란색 가방에 검은 줄무늬 ‘얀덱스 에다(얀덱스 음식)’라고 쓰여있다. 한국의 새벽 배송 시 받는 보냉박스처럼 생겼다.
얀덱스 яндекс 는 러시아의 최대 포털사이트로, 이미 러시아인의 생활 전반에 들어와 있다. 내 휴대폰에 깔린 얀덱스 어플도 5개가 넘는다. 정보를 찾을 때는 얀덱스 포털, 버스가 언제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류장에서는 얀덱스 트랜스포트를 열었다. 매일 아침 날씨 확인은 얀덱스 웨더, 지하철 노선은 얀덱스 메트로, 그리고 택시를 부를 때는 얀덱스 택시 앱을 연다. 얀덱스가 없는 모스크바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 그 얀덱스가 이제 음식 배달도 한다. 한국의 배달의 민족 어플이라고 할까.
모스크바에는 얀덱스 에다뿐 아니라, 딜리버리 클럽 등 다양한 음식 배달꾼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신기한 것은 이들은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다. 버스나 메트로(지하철)와 같은 대중교통을 타거나, 공유 자전거(서울의 씽씽이),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탄다.
“음식 주문하면 한 참 걸리겠다.”
“그래도 저게 더 빠를 걸,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서.”
대중교통을 통한 뚜벅이 배달 시스템, 교통체증이 심한 이 곳에선 그게 제일 빠를 수도 있다.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와있는 총알배송의 나라에서 온 나에겐, 그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게 낯설었다. 지하철, 트램, 거리에서 만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저 큰 가방 안에는 어떤 음식이 들어있을까 상상한다. 눈이 많이 오는 날엔, 따끈한 감자탕이 들어있으면 참 좋겠다는 상상만으로 기분 좋아진다.
신속하고 빠른 배달과는 거리가 먼 나라. 그러나 코로나 이후 조금씩 이 곳의 풍경도 달라지는 듯하다. 한동안 전 지역 봉쇄를 겪으며, 식품을 인터넷으로 배달하는 시스템이 많아졌다. 속도도 빠르다. 나 또한 오프라인 슈퍼에서 구하지 못한 아몬드 가루를 오전에 주문했더니, 2시간도 안되어 벨이 울렸다. 문을 빼꼼 열었다.
“주문하신 물건, 거기에 뒀어요.”
“감사합니다.”
내가 문을 열길 기다렸던 아저씨는, 저 멀리 아파트의 긴 통로 끝에서 나를 보며 말했다. 모스크바 스타일의 비대면 배송 서비스인가? 그나저나 아저씨는 어떻게 우리 집까지 왔을까, 지하철? 킥보드? 자전거? 코로나로 인해 러시아의 배송 문화도 천천히 바뀌어 가는 듯하다.
아, 그런데 왜 주문한 피자는 두 시간이 되어도 아직 소식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