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 몰래 산 물건

360도 카메라

by Bullee

처음부터 각시 몰래 산 물건들을 그릴 생각은 없었다. 매일 드로잉을 하기 위해서 그릴 물건을 찾아보니 대부분의 물건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었다. 게다가 내 용돈을 쪼개서 각시가 이해하지 못할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꼭 필요하지 않은 혹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그려보기로 했다. 제목이 각시 몰래 산 물건이라고 해서 대부분 물건들을 몰래몰래 산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각시의 허락 없이 산 물건’이 정확한 제목일지도 모르겠다.

오해하실 분들을 위해 미리 말하자면 결혼 생활 10년 동안 산 물건들이다. 너무 많다고 구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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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계를 좋아한다. 특히나 전자제품을 좋아한다. 하지만 늦은 얼리어답터라는 별명답게 신제품을 바로 사는 타입은 아니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생뚱맞게 꽂히게 되면 그때부터 왜 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만들어낸다. 이 물건을 말하자면 360도 카메라이다. 페이스북에서 360도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핸드폰에 연결해서 사진을 찍으면 주변 360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 페이스북을 보면 간혹 여행지에서 찍은 360도 사진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나는 Vr도 있으니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으면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유를 만들었다. (vr도 각시 몰래 산물 건)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낸 후 주문을 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 실수는 집으로 택배를 시켰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택배로 포장돼서 오기 때문에 안 들킬 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였다. 퇴근 후 집에 놓여 있는 택배 상자를 여니 또 카메라를 샀냐며 한소리가 들린다. 택배 송장에 "360 카메라"라고 쓰여있던 것이다. 회사로 택배를 받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이 생겼다는 즐거움에 잔소리는 귀를 스쳐 지나갔다.

핸드폰에 연결해서 사용하니 내가 원했던 장면을 액정을 통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사용하려니 독립형이 아닌 핸드폰에 연결해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 친구와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금은 이 친구는 사용하지 않아 차가운 방 어딘가에서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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