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익숙해지기

by Bullee

나트랑에 와서 새롭게 익숙해진 게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플립플랍 일명 조리라고 불리는 신발이고 두 번째는 용의 눈과 닮았다고 하는 용과이다. 새롭게 익숙해진 거라고 하는 이유는 그전까지는 나에게는 무의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조리는 내가 학생 시절 몇몇 친구들이 신던 신발이었다. 당시에는 조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일본 신발이다~ 불량학생이 신는 신발이다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까진 범생이었던 나도 당연히 터부 시 했던 신발이었다. 물론 지금에야 대중적으로 신는 신발이 되었지만 나는 왠지 그 이후로 조리를 신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행지에서도 리조트에 비치되어 있던 조리들이 있었지만 굳이 신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냐짱 여행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신게 되었다. 크록스 슬리퍼를 가지고 왔는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발이 아팠다. 신으면 발 여기저기 붉게 살이 까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호텔 방에 있던 조리를 신기 시작했다. 며칠간 신고 나니 이렇게 편한 걸 왜 그 동아 안 신었나 싶었다. 몸에 열이 많아 조그만 걸어도 땀이 나는 내 체질에 딱인 신발이었다. 신을수록 점점 익숙해지는 게 앞으로 자주 신고 다닐 것 같다.

용과는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자주 만난 과일 중 하나이다. 조식 때는 어딜 가나 있으니 말이다. 처음 용과를 먹었을 때 아무 맛도 안나는 이 걸 왜 먹나 싶었다. 정말 아무 맛도 안 났다. 그래서 몇 번 먹어보고는 그 이후로 안 먹었다. 가성비 위주로 첫 번째 호텔을 잡았기에 조식에 많은 종류의 과일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용과만큼은 매일 나왔다. 후식으로 매번 먹다 보니 어느 순간 용과에서 단맛이 났다. 우연히 먹은 용과에서 단 맛이 난 건지 아니면 용과를 먹다 보니 단 맛을 느끼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용과가 입에 착 달라붙기 시작했다. 생가해보니 주변의 편견이나 낯설어 피하던 것이 은근히 많이 있었다. 조리는 편견 때문에 멀리 했고 용과는 한 번 먹어보고 맛이 없다고 피했다. 알고 보면 나에게 딱 맞는 신발이고 맛있는 과일이었는데 말이다. 비단 그것뿐이겠는가? 안 해보고 미리 피하거나 주변 사람들 말만 듣고 판단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경험하기 전 미리 판단하는 건 이득 없는 일이다. 물론 이것저것 다 해보라는 말은 아니다. 유난히 관심 가는 일들이 있는데 해보기도 전에 미리 피하지 말라는 거다. 나에게는 퇴사가 그랬고 장기여행이 그랬다. 주변에서 부러운 말, 걱정스러운 말 등을 많이 들었지만 일단 해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물론 좋은 결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것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결과나 감정을 느끼든 간에 자신이 선택했으니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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