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이후에 오랜만에 송년회에 참여했다. 40대 중반이 되니 만나는 사람도 많아지고 챙겨야 하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모임이 많아졌다. 그래서 매년 연말에는 송년회와 신년회를 하는 게 일이었다. 하지만 퇴사 후 가평으로 이사를 하니 거의 모든 모임이 사라졌다. 코로나 여파도 있겠지만 직장인들 사이클에 맞추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임 참여가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는 송년회를 하는 분위기에 맞춰 친한 친구들끼리 소소한 송년회를 하기로 했다. 사람 많고 시끄러운 데는 정신이 없어서 이번에는 작은 공간을 빌려 우리끼리 조용한 모임을 열었다. 이번 송년회 구성원은 고등학교 친구 다섯 명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기투합 한 지 약 25년 지기들이다. 원래 구성원은 여섯 명이었으나 한 명이 이탈하고 다섯 명이 꾸준히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익숙한 그런 친구들이다. 그냥 모이는 것보단 뭔가 의미 있는 목표를 만들고 싶어 한 달에 오만 원씩 여행계를 하고 있다. 100번을 모으면 500만 원이 되고 오십이 된다. 다 모으는 날 그 돈을 종잣돈 삼아 남미 여행을 가기로 했다. 다섯 명 밖에 안 되는 인원이지만 모두가 모일 수 있는 날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 자신의 약속을 정리하면서 드디어 모두가 모일 수 있는 날을 잡고 장소를 대관했다. 하지만 한 명이 못 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못 오는 사람도 모인 사람도 아쉬운 상황이지만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친구의 상황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네 명이 모여 송년회를 진행했다. 나이가 먹는다는 건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걸 뜻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세 시간이었다. 저녁에 만났기에 각자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만나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는 보다는 현재 어떤 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굳이 이야기 안 해도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민은 비슷했다. 제일 큰 고민의 주제는 바로 부모님이었다. 이제는 연로해서 여기저기 아프신 부모님 걱정이 우리 고민의 공통 주제였다. 고민도 비슷하고 상황도 비슷하니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도 나눌 수도 있다. 친구가 좋다는 건 바로 이런 거다. 서로의 고민을 쉽게 나눌 수 있다. 부모님 건강 이야기는 우리의 건강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제는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한 우리의 몸에 대해 약사인 친구 주도로 이야기는 흘러갔다. 원래는 남미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누려고 했지만,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이 제일 중요했나 보다. 그렇게 우리는 건강을 주제로 세 시간의 만남을 채웠다. 우리의 고민과 걱정을 함께 나누기에 세 시간은 부족했지만 각자의 집으로 가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이 년 만에 송년회를 마무리했다. 헤어지면서 내년에는 적어도 두 번은 보자고 약속은 하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어 쉽지 않다는 건 서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다음을 기약하는 건 아마도 아무 일 없이 다음에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굳이 서로 말을 안 해도 ‘혹시나 안 좋은 일로 만나진 않을까’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무 일 없이 서로 만나기를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더 간절히 와닿는 말이다. 단순히 같은 숫자로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비슷한 고민도 함께 늘어난다는 거 그래서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바로 친구가 아닌 가 싶다. 올해 단 한 번의 송년회를 친구들과 할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