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고 다들 올 한 해 계획을 세울 때 나는 아직은 초반이지만 써 놨던 글들을 지웠다. 다른 말로는 엎었다. 다 지우고 다시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어느 정도 쓰니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이번 글은 예전에 희곡으로 썼던 걸 소설로 각색해서 다시 쓰는 거라 쉬울 줄 알았다. 그래서 등장인물도 조금 더 늘리고 이야기도 조금 더 덧붙여서 쓰기로 조금 욕심을 냈다. 하지만 내 역량으로 아직은 무리인 것 같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 아니라 아무 의미 없는 글만 늘어갔다. 그래도 그동안 썼던 글들이 아까워 억지로 이어갈까 해봤지만 원래 의도와는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려고 해 글쓰기를 멈췄다. 목표는 매일 글쓰기였지만 글이 억지로 쓴다고 써지는 것도 아니고 일단 잠시 멈춰서 뭐가 맞는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때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단어가 '매몰비용'이었다.
예전에 행정학을 배운 적이 있었다. 군대 제대 하고 뭐 먹고 살 지 고민 끝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행정학이란 걸 접했다. 지금이야 잊었지만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단어가 "매몰비용"이다. 사전적으로는 '의사 결정을 하여 지출한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안되면서도 오랜 시간 투자한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매달리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이 바로 매몰비용이다. 매몰비용 때문에 못 그만둔다고 늘 우리끼리 이야기했었다. 난 딱 3년만 투자하기 했기에 3년 후 포기 했다. 공무원 시험은 단편적인 사럐 일뿐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매몰비용을 안고 살아간다. 그동안 쓴 글이 나에게는 매몰비용이었다. 꾸역꾸역 다시 이어서 쓰느냐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쓰느냐 고민 끝에 나는 그동안 쓴 글을 매몰비용으로 선택하고 다시 쓰는 걸로 선택했다. 난 그게 옳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매몰비용에 대해 사전 검색하다 문득 "기회비용"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한 품목의 생산이 다른 품목의 생산 기회를 놓치게 한다는 관점에서, 어떤 품목의 생산 비용을 그것 때문에 생산을 포기한 품목의 가격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정의가 되어있다. 즉 한쪽을 선택하면서 포기 한 다른 쪽의 비용이란 말이다. 글을 꾸역꾸역 이어 쓰면서 생기는 고민과 스트레스의 비용보다는 내 의도대로 쉽게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게 비용 면에서는 더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퇴사에 있어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은 어떨까? 퇴사에 있어 수많은 고민거리가 있겠지만 그 고민거리 중에 매몰비용도 포함된다. 퇴사와 동시에 회사에서 쌓아 올렸던 지위, 성과 그리고 인간관계 등은 매몰비용이 되어버린다. 퇴사 후 생기는 매몰비용이 생기지만 기회비용으로 따져보면 꼭 손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퇴사 후 얻은 행복과 자유로움 그리고 건강함은 기회비용을 상쇠 할 만큼 더 큰 만족감을 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퇴사 후 어떤 삶을 보내느냐에 따라 다르다. 퇴사 후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쉬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퇴사 후 매몰비용을 아까워하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지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 퇴사 후 하루하루를 허투루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