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sight 01

깨어나다

by Bullee

그녀는 욱신거리는 통증에 깨어났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몸이 아프다는 것과 자신이 누워있다는 것만 느낄 뿐이었다. 옆에서는 낯선 기계음이 들렸다. 눈을 떠 주위를 볼까 했지만 겁이 났다. 잠시 누워 생각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곧 여기가 어딘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공포가 찾아왔다.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마치 해를 직접 본 것 같은 밝은 빛만 보였다. 아니 ‘보다’라는 말은 틀렸다. 밝은 빛만 느꼈다. 밝은 빛만 느껴지고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각으로 얻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더 이상 모른다는 공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다는 사실에 몸이 패닉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갑자기 숨 쉬기가 어려워졌다. 당장 많은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누워있는 몸은 뇌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팔만 허우적댈 뿐이었다. 질식해 죽을 것 같았다. 살고 싶은 본능에 따라 소리를 질렀고 순간 정신을 잃었다.

익숙한 통증에 다시 깨어났다.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건 안 보인다는 것 이었다 겁이 났다. 마치 고장 난 컴퓨터를 재부팅 하듯 시각이 돌아왔길 바라며 눈을 떴지만 변한 건 없었고 여전히 밝은 빛만 느꼈다. 또 다시 숨 쉬기 어려워졌다. 몸을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녀의 몸은 주인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살고 싶었다. 아니 알고 싶었다. 그녀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이 모든 걸 설명해줄 구원자였다. 비명이 뱃속에서부터 올라와 입 밖으로 터져 나올 찰나 ‘드르륵’ 하며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깨어 났네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 일단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이네 자신에게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누구세요? 여긴 어디죠? “무슨 일이 있어난 거죠? 난 왜 누워 있는 거죠?」침착하자는 생각과는 달리 입은 무수히 많은 단어들을 내 뱉고 있었다.

「진정하시고, 여기는 병원입니다.」 그는 짧게 답했다.

「병원?」

「네 여기는 병원이고 저는 의사입니다. 」

병원이란 말은 들었지만 경계심을 풀리지 않았다.


「강민희 씨 맞으시죠?」 그가 그녀의 이름을 상기시켰다.

그녀는 이곳이 병원이란 것과 자신의 이름을 들으며 머릿속 짙게 깔려있는 안개를 걷어 내려고 했다.

「환자분 생년월일은 어떻게 되세요?」의사는 형식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의 무미건조한 질문에 오히려 경계심이 풀렸다.「90년 5월 25일」자동적으로 입에서 생년월일이 나왔다. 답과 함께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근데 왜 병원에 있는 거죠?」

「교통사고로 들어오셨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시나보네요? 자세한건 나중에 경찰이 와서 설명해 줄 겁니다.」

역시나 무미건조한 답변이 돌아왔다. 왠지 모르지만 지금 물어보지 않으면 영영 답을 듣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물어보기 제일 무서웠던 질문을 던졌다.

「근데.... 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죠?」

의사는 아무 일도 아닌 듯 CT 결과는 정상이던데... 아마 사고 충격으로 일시적인 것 같으니까 좀 만 더 경과를 지켜보져.」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잠이 그녀를 덮쳐왔다. 아직 들을 답은 많아 저항해봤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