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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환 Aug 15. 2023

괴롭힘 해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갈등의 인식, 미래지향적 공감대 형성,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노무사님! 제발 좀 도와주세요.’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C 사에서 근무하는 괴롭힘 담당자였다. 그는 다짜고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내 연수원 급식실에 15명이 일한다. 조리사 A가 연수원장과 팀장을 상대로 괴롭힘 신고를 했다. 동료들이 자신을 무시하는데 관리자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조사했지만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A는 일하는 도중에 동료들과 일체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체 급식이라는 게 매우 급하게 돌아갈 텐데 일은 어떻게 해요?’


‘냉장고에 포스트잇에 글을 써 붙이며 일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심각한 건 A가 말을 안 한 게 3년간이나 계속되었어요. 곧 휴가라 단체 연수생들이 오는데 큰일이에요. 제발 이들이 말할 수 있게라도 좀 도와주세요’  

   

과연 연수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말을 안 하면 A도 답답할 텐데 도대체 어떻게 지내왔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차 괴롭힘 조사를 할 수도 없는노릇이다. 직원들의 피로도 쌓일 것이고 괴롭힘이라 하더라도 이후 어떠한 조처를 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우선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익명이 보장되는 설문 주관식 응답에 꽤 많은 내용이 있어 이를 토대로 갈등을 분석했다.  


이들은 가치와 신념의 차이(직업윤리, 업무수행방식), 관계(상호 간 의사소통, 신뢰) 이해 관심사(부서 간 고충 발생 시 공평한 처리)의 차이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여러 가지 합의형성 기법을 생각해봤다. 무엇보다 갈등 상황을 서로가 인식하고, 미래 지향 관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개선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전에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갈등 해결에 있어 왜 힘들어하는지를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서 ‘적극적 업무 수행 방안 만들기’, ‘상호 간 의사소통과 신뢰 형성 방안 만들기’, ‘고충 발생 시 공평한 처리방안 만들기’ 3가지 주제로 갈등코치 워크숍을 실시했다.


서로의 생각을 확인해 보고 차이점을 인식한 후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갈등코칭은 합의형성기법 중의 하나이지만 이것이 갈등 관리의 전부는 아니다).     


15명을 3개의 분임으로 나누어 분임토의 형식으로 진행했다. 주제별로 현재 갈등 상황을 인식하고, 어떤 해결 방법이 있을까 생각을 모으며, 이를 15명 모두와 함께 나누며 공통점을 발견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5시간이 흘러 마무리 하는 시간. 소감을 나누었다.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서로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 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 듣지 못했던 다른 팀원의 얘기를 들을 기회가 되었다’, ‘감사한 마음이 있으면 존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한 사람이 말했다.    

 

“소감은 아니지만, 저도 (A가) 인사를 안 해서 안 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인사를 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A와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던 당사자가 드디어 입을 열게 된 것이다.  

   

갈등 현장 어디를 가든지 답은 분명히 있다. 해답은 당사자들이 갖고 있다. 나는 그저 그 답을 끌어내는 조력자일 뿐이다.


변화는 아주 조금씩 서서히 시작되는 것임을 그들도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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