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장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던 황 씨 아주머니. 맛있다는 입소문에 반찬 가짓수를 하나씩 늘리다 보니 자연스레 일손도 늘었다. 장사 10년 만에 ‘아름찬 식품’이란 간판도 내걸었다. 이제는 25명이 근무하는 어엿한 소기업 대표가 되었다.
승승장구하던 황 대표에게 고민이 생겼다. 지난해 9월 입사한 50대 초반의 백 여사가 동료에 비해 일을 한참 따라가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우리 팀 5명이 일당백을 해도 모자란 처지에 백 여사님이 계란말이 하나도 못 하는데, 그냥 계속 놔두라고요?” “모르면 가르쳐 주겠다”고 말하면 “그 정도도 못 하는 우스운 사람으로 보지 마세요!!!”하고 된소리도 친다는 것이다. “그 계란말이 다 타서 매대에 내놓지도 못한다고요!” 10년간 함께 일한 김 팀장의 볼멘소리다.
시장 장사에서 터전을 다져온 터라 그 누구보다 사람의 중요함을 생각하는 황 대표 처지에서는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
김 팀장은 말한다. “우리 회사가 어렵게 식품인증을 받았어요. 그 기준에 따라 반찬도 만들고 그걸 기록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걸 하나도 못 하는 거예요. 다른 여사님이 대 여섯 번 가르쳐주었는데도 말이지요!”
“아니 그걸 한 번에 알아듣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냥 딱 한 번 설명해주고 알아서 하라 했어요.” 백 여사가 말했다.
“잦은 실수에 관해 얘기하면 알아서 하겠다며, 레시피 까지 들고 퇴근을 하는 거예요. 이제 일을 좀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봤더니,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정말이지 노력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정말 답답해 미치겠어요.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백 여사가 일을 못 하니 너무나도 고되고 힘들다고…. 저희 팀 어찌해야 합니까” 한숨을 내뱉으며 김 팀장이 하소연한다.
“정 대리는 저보다 한참 어려요. 처음엔 일 좀 제법 알려주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언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러면서 쥐고 있던 국자를 집어던지는 거예요. 말끝도 짧아지고 목청이 워낙 커서 저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해요.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야 하죠? 정말이지 가슴이 콩알만 해져서 저도 일하는 게 버거워요.” 그녀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어느 날, 메추리 알 조림을 위해 가스 불을 켜던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조리실이 아수라장이 됐다. 다행히 직원들 모두 교육 때문에 자리를 비웠던 터라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황 대표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 백 여사는 한 달간의 병가에 들어갔다가 복귀했다.
“아니! 사람이 어찌 그리 매정해요? 한 달 병가 갔다 오는 동안 우리 팀원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그런데 복귀 첫날 아무 소리도 안 하는 거예요. 그깟 ‘나 때문에 정말 고생 많았지?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도 못 하는 사람이에요”
“가스 사고가 있던 날 저도 너무 놀랐어요. 나만 못하는 것 같아 동료들 볼 면목도 없고요. 그래서 일단 쉬기로 했죠. 그런데 잠이 안 오는 거예요. 내가 일을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가슴이 답답하고 속도 울렁거리고. 남편이 병원을 가보라 해서 마지못해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백 여사님은 온실의 화초처럼 자란 분이에요. 누가 뭐라 하면 참지 마시고, 하시고 싶은 말을 하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이해는 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요?”
김 팀장과 정 대리는 말한다. “백 여사 나쁜 사람 아니란 걸 알아요. 그래도 일을 못 하면 그것을 알고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백 여사 때문에 몸이 너무 고되다고요. 그러고 보면 저희가 괴롭힘 당한 거에요. 저희도 괴롭힘 신고하고 싶어요”
백 여사는 말한다. “저는 누구와 다투는 게 너무 싫어요. 특히 소리 지르는 거 정말 참을 수 없어요. 마치 어렸을 때 저희 아버지 보는 것 같거든요. 국자까지 집어 던지고 소리 질러 저는 괴롭힘 신고하려고요. 마음이 좀 안정된 후 일도 잘 하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무서워요”
(Ep. 2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