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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환 Aug 26. 2023

서로 괴롭힘 신고하겠다는 직원들, 어떻게 하죠?(2)

노력하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 일하지 못하겠다는 팀원과 팀장. 큰 소리 나는 상황을 회피하는 또 다른 팀원. 서로 괴롭힘을 신고하겠다는 당사자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Ep.1에 이어)

  

우선 아름찬식품 조리팀 5명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갈등을 분석해 보았다.


갈등원인은 구조, 정보, 관계, 가치관, 이해관심사(진정으로 원하는 것)로 분석할 수 있다(Moor. 2003). 김 팀장과 정대리, 백 여사 간의 갈등은 매우 다른 것 같지만 서로 일치하는 것들이 있다. 특히 일을 어떻게 배우고 가르쳐야 할지(정보), 고객을 대하면서 느끼는 뿌듯함(가치관), 갈등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해관심사)이다.


 서로 팽팽한 기 싸움을 하는 것 같지만 서로 함께 원하는 바를 확인할 수 있다. 즉, 교육에 관한 것, 고객에 대한 사명감, 갈등을 관리하고 싶은 마음은 서로가 같다. 이러한 공감대를 함께 나눔으로써 서로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을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일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김 팀장과 정 대리는 백 여사에게 일을 가르쳐 준다는 이유로 인격을 무시하고 고성을 질렀다. 그리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백 여사도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서로의 인식의 차이를 조금씩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을 치른 이후 세계가 놀랄 정도로 발전을 이뤄왔다. ‘노력하면 안 될 게 없다’라는 이른바 ‘능력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왜 노력하지 않지?’ ‘노력하지 않는 인생=인생의 실패자’ 하며 무시와 편견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능력주의의 한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누구도 무시당하며 굴욕감을 느끼며 살아가서는 안 된다’라는 ‘인정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한길석, 2021). 김 팀장과 정 대리는 관점을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을 알게 되었고, 비로소 백 여사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내쉬었다.   

  

백 여사는 괴롭힘 피해자라 생각한다. 그에 앞서 부족한 업무에 대해서는 자신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그녀에게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도전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녀 또한 학원을 알아봤다고 한다. 김 팀장과 정 대리가 소리를 지르지 않게히려면 실력을 갖출 필요가 있음을 그녀도 깨닫게 되었다.      


세 번째는 관계의 회복이다. 정 팀장과 김 대리는 ‘백 여사가 자리를 비운 동안 그들이 힘겹게 일한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러는 마음에서 사과의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백 여사 또한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즉, 서로 얘기를 주고받을 기회가 없었다.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정보가 원활히 오가지 않아 생기는 오해와 편견으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가 알지 못했던 상황과 사실 등을 원활하게 주고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를 통해서 가능하다.  

    

김 팀장, 정 대리, 백 여사, 그리고 나머지 팀원 2명이 모두 참여한 워크숍을 가졌다. 주제는  ‘엉킨 실타래 풀기’. 5명 사이엔 ‘엉킨 실타래’가 있다. 한 명이 상대방에게 실타래를 던진다. 그러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미안함과 감사하는 마음’을 말하게 했다. 털실 뭉치를 받은 상대방도 다른 사람에게 털실 뭉치를 던지며 같은 방식으로 말하게 했다. 중요한 것은 실타래가 풀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김 팀장이 백 여사에게 털실을 던졌다면, 백 여사도 김 팀장에게 털실을 던져야 한다.


데면데면하던 분위기로 시작했던 워크숍. 엉킨 실타래가 풀리자 미안함과 감사함이 오갔다. 그러면서 백 여사가 말했다. “그동안 제가 너무 일 못 해 미안했어요. 병가 들어갔을 때 얼마나 힘드셨을지도 생각했어요. 정말 미안합니다” 털실을 받아든 김 팀장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로써 아름찬식품의 갈등해결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갈등분석을 통해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확인하고, 관점을 전환하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할 기회를 얻었다. 갈등은 없어져 버릴(해소) 수 없다. 마무리되는(해결) 것이다. 생기는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할 때, 비로소 모두가 건강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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