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꼰대를 지금 알았더라면.
피곤한 화요일
입사 1년차때, 우리 부서에는 서모씨라는 과장님이 있었다.
사원인 우리들보다 한 8년 정도 먼저 입사한 그는 참으로 꼰대였다.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서모씨는 시간이 날때마다 나를 비롯한 사원 삼총사를 커피 사준다는 핑계로 꿰어내어 시도때도 없이 퍼부었다.
그가 하는 말은 사실은 대부분 질문이었다.
제법 어려운 질문.
"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니?"
"요즘 무슨책을 읽니"
"요즘 입사하는 너네들은 생각이 있는거니?"
"책은 읽기는 하니?"
"무슨 목표는 있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나름의 애정이었을 것이다.
진심 어린 조언, 방향성을 제시해주고싶은 선배로서의 욕심이었겠지.
하지만 그 당시 우리 셋은 너무나 고역이었다.
바쁜 평일 오전 커피 한 잔을 보상으로 나누는 대화치고는 퍽 난해했다. 갑자기 이따위 질문을 하나 싶었다.
차라리 커피를 안마시고 말지 또 지 잘난척을 하는구나 싶었다. 하루 하루 살기바쁘고 할일이 태산인데 인생의 목표를 묻는 서모씨를 보며 '이 사람은 일도 없구나' 라고 생각했다.
서모씨 대화의 결론은 늘
'그렇게 살아서는 안된다' 였다.
반발심만 생기는 대화의 끝이었다.
이 커피 타임의 끝은 늘 의기소침해졌고, 어깨가 축 처졌고, 자신감이 추락했다.
쓴소리를 자체 필터로 걸러버리고 세이브 하지않는 단순한 성격상, 사실 나는 데미지가 크진 않았지만
뒤늦은 나이에 입사해서 서모씨와 동갑이었던 또 다른 동기는 제법 스트레스를 받았다.
서모씨가 커피를 사준다는 날은 늘 한 잔 하는 날이었으니 말이다.
서모씨는 늘 채찍만 주는 선배였다.
이 바보같은 선배는 타이밍을 잡는 법도,
말을 돌려하는 법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때는 흘려들었던 모든 말들이 내가 서모씨의 나이가 되보니 알긴 알겠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고 싶었는지 말이다.
내가 지금 알고있는 것을 만약 그때도 알았더라면,
인생의 목표를 세운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
생각을 하면서 산다는 것.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를 해주며 커피한잔까지 사주는 서모씨를 적어도 미워하진 않았을텐데..
유독 비오는 날이 많이 혼나서 그런지
비가 오는날 서모씨가 갑자기 떠올랐다.
요즘은 누굴데리고 꼰대짓을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