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데려올까 말까

첫 번째 일요일

by NFP

나는 강아지 덕후다.

길에서 강아지만 보면 견종 불문, 크기를 막론하고 귀엽다란 말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온다.

가끔 견주나 강아지가 만지기를 허락해주면 기쁜 마음으로 곁에서 주접을 떤다.
인스타엔 저장해놓은 강아지 릴스만 가득이다.

이 정도로 좋아하는데, 당연히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당장이라도 나가서 사랑스러운 아가를 데려오고 싶다.




어렸을 때 나는 요크셔테리어를 키웠다.

언니와 백과사전에 '개' 챕터 사진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봤던 게 몇 년. 부모님 귀에 딱지가 않도록 졸라 대길 몇 년.

어린 자매는 끝내 값진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아빠가 퇴근하시며, 낡은 상자를 품에 안고 들어오셨던 날.

그 안에 흑염소같이 까맣고 작은 강아지가 들어있던 그날.

언니와 손을 꼭 붙잡고 투스텝 리듬을 타며 큰 박스를 주으러 지하실에 같던 그날.

쿰쿰한 지하실 냄새부터 엄마의 작은 탄식 소리(엄마 미안), 낯선 강아지의 혼비백산까지 모든 것이 각인된 그날이다.

그 강아지는 우리와 5년 정도를 같이 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암투병으로 어쩔 수 없이 다른 집에 파양을 보내야 했다.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다.




사촌언니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두컴컴한 지하도에 한 켠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혼자 살던 적적한 언니에게 몰티즈가 섞인 것으로 추정되는 믹스견 '그녀'그 어떤 누구보다 가족이었다.

주먹만 했던 아기 강아지는 3개월 만에 급성장하더니 거짓말 좀 보태서 골든리트리버 급으로 성장했다.

(스탠더드 푸들도 섞여있었을까?)

그렇게 15년을 둘이서 같이 살았다.

그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몇 달 전 사촌언니네 집에 놀러 갔던 날이 뇌리에 꽂힌다.

이미 노견이라 힘이 하나도 없었다.

눈은 이미 하얗게 뿌얬고, 입안에 염증이 가득해 침 냄새가 지독했다. 제대로 일어날 힘도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놀러 왔다고 힘없는 꼬리를 살살 흔들며 곁으로 왔다. 오랜만이야 이야기를 하며 머리부터 가슴팍까지 살살 긁어주니 반가운 마음에 손부터 싹싹 핥아주었는데,

손에서부터 올라오는 침 냄새가 고역이었다. 염증이 섞인 탓에 지독한 냄새였다. 부랴부랴 손을 비누로 깨끗이 씻고 와 가급적 핥지 못하도록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사촌언니는 온 얼굴부터 팔까지 온전히 내주었다. 그녀에게는 이 냄새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언제 떠날까 그 걱정에 하루하루 잠을 잘 못 잔다고 했다.




나눈 정의 깊이에 비해, 강아지의 수명은 너무나 짧다.

사촌언니를 보고 나는 비로소 알았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맡이 한다는 건

내 인생의 15년을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그 안에는 너무나 큰 걱정과 슬픔이 담겨있다는 것도 알았다.

물론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기쁨이 담겨있다고 할 테지.


그 오만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설렘과 기쁨 그리고 무거운 책임을 안고

데리러 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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