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984> 조지 오웰作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디스토피아

by 버미

기술의 발전으로 내가 스마트폰으로 하는 모든 검색이 기록으로 남는다. 최근 코로나19로 이런 디지털 흔적들은 더욱 활용도가 높아졌다. 카드 내역을 기반으로 동선을 추적하고 휴대폰 GPS로 자가격리자의 이탈을 막을 수도 있다.


항상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는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악의를 가진 지도자가 이런 빅데이터 정보들을 활용해서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면?' 세상에는 지도자가 원하는 단일한 사상과 이념만 남지 않을까라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내가 가진 걱정을 비슷하게 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1984>의 빅브라더를 언급했다. 이에 호기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정말 디스토피아 그 자체이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중앙정부가 설치한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든 사생활을 감시당한다. 당에 충성하지 않는 모든 행위들은 체포 이유이다. 주인공인 윈스턴은 억압과 자기검열을 떨쳐내고 양심의 자유를 자각하는 인물이다. 줄리아를 만나 사랑을 나누면서 그는 중앙정부가 억제하고 있던 감정도 느낀다. 그러나 모든 것이 통제된 국가에서 윈스턴이 '딴짓'을 하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 결국 윈스턴은 체포되고, 인간의 한계치를 실험하듯 실행된 고문은 그가 당국의 의도에 반했던 감정과 생각을 버리게 만든다.


결말이 참 충격적이었다. 마음이라는 것은 나만 알 수도 있지만 그에 기인해 나오는 행동은 남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만약 그 행동을 검열하고 감시한다면 역으로 행동이 마음을 충분히 지배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윈스턴도 결국은 긴 고문 끝에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빅브라더를 숭배하고 그의 이념에 순응하고 있었다. 빅데이터의 쓸모가 커진 지금 이를 활용하는 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가 점점 더 중요한 시점이다.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졌다는 조지 오웰. 그의 책을 보면서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 <의지의 승리>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나치당 전당대회의 실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히틀러에 대한 충성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그를 신처럼 형상화하고, 영화 내내 사람들은 일제히 그에게 열띤 환호를 보낸다. 보이는 게 국가에 충성 가득한 사람들뿐이라면 개인의 경험과 생각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또다시 새로운 충성과 애국심을 재생산하고 이외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비정상의 범주에 몰아넣어 버린다. 맹목적인 애국주의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된다. 권력의 힘이 너무 비대해지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은 시민의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시민들의 비판적 사고에서 나온다. 삶이 팍팍해지고 정치인들의 싸움에 싫증이 난 사람들은 점점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치는 우리 삶에서 더욱 멀어지고 기득권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갇혀버리게 된다. 이는 언제나 권력의 입맛대로 국가가 좌지우지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정치가 노답일수록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다.


참 무섭지만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요즘 같은 시기와 맞물려서 더. 고전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일까.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력. 책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쁜 요즘이지만 머리맡에 계속 책을 두고 살아야겠다. 한 두장이라도 겨우 넘기면 언젠간 다 읽지 않을까. 주저리주저리 말 많았던 오늘의 서평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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