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의 경계에서
서울은 참 복잡하고 시끄럽고 바쁜 도시이다.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에 살게 된 나에겐 서울은 참 정이 안가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 서울에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기에 서울이 가지는 예쁘고 아름다운 면을 찾아보려 한다. 그 이면은 이미 충분히 보고 있고 계속 볼 것이기 때문에 생략하련다.
이번에도 서오릉과 마찬가지로 얼마 안 남은 청소년 신분을 써먹었다. 무료입장 갈 수 있는 곳은 다 가봐야지. 흘러가버린 청춘이 아깝지 않도록.
아직 가을이 다 간건 아닌지 노란 빨간 단풍들이 굳건히 나무에 붙어있다.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날이라 그런지 세상이 뿌옇게 보이는데 색동잎들만은 자신의 색을 강렬히 드러낸다.
4시 20분에 하는 오늘의 마지막 문화해설에 맞춰 입장을 했다. 역시 공부는 스스로하는 것보다 선생님이 있어야 한다. 집중도 잘 되고 현장에서 바로바로 뭐가 뭔지 설명을 해주시니 이해하기도 편했다.
종묘에도 역시 오른쪽 길이 어로로 왕이 걷는 길이다. 가운데는 죽은 왕들의 혼령이 지나는 길, 그리고 왼쪽 길은 세자가 지나가는 길이라고 한다. 가운데 길로는 통행하지 말라는 팻말도 있다.
청둥오리 암수가 여유롭게 못 안을 노니고 있다. 연못은 사각형인데 향나무를 심어놓은 가운데는 원형이다. 이는 천원지방,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다라는 사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굵은 결이 구불구불하고 단단하게 서있는 향나무는 왠지 모르게 근엄한 느낌을 준다.
기존의 종묘가 임진왜란 시기에 불에 타버려서 현재보고 있는 종묘는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이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또 원래 종묘에는 정전만 있었는데 영녕전까지 만들게 되면서 더 넓어졌다고 한다. 정전은 업적을 세운 왕의 신주를 모셔놓는다. 엄숙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위해서 정전에는 무늬를 그려넣지 않았다. 갈색으로 채색만 되어있는 문과 기둥이 깔끔해보인다.
한 프레임에 담기가 어렵다. 파노라마로 찍었더니 반듯한 모양이 특징인데 굴곡져 보여 그때의 느낌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잘리더라도 직선의 미를 살린 정전 사진을 올린다.
정전은 참으로 길~~~다. 원래 예법이라면 4대까지만 제사를 올려서 정전의 방이 이거보다 작았다고 한다. 그런데 하나 둘 업적을 남긴 왕이 많아서 증축했다고 한다. 참 재밌다
아는 왕 이름 찾아보면 재밌다.
제사를 올릴 땐 돼지, 양, 소의 생고기와 그 피까지 상에 올린다고 한다. 근본을 기리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듣고 마스크 안으로 오우,, 소리를 냈다.
세칸이 한 길이던 돌길이 영녕전 앞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한 칸은 선대 왕의 영혼이 오가는 길. 영녕전의 정문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두 갈래길은 여전히 오른쪽이 어로, 왼쪽이 세자길이다.
영녕전은 정전보다 건물의 위상이 낮다. 뚜렷한 업적을 갖지 못한 왕을 모셔논 곳이라 그런가보다. 가운데 지붕이 약간 더 높은 곳의 방은 태조 이성계의 선대가 묻혀있다. 왕이 본인의 선조를 기리고 싶으면 이 곳에 모실 수 있었다. 왕의 목소리가 당대에 얼마나 힘이 있냐에 따라 모실 수 있냐 없냐는 차이가 있었다지만.. 아무튼 가운데 네 개의 방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선대라는 점에서 다른 방보다 조금 더 높은 위상의 건축을 쌓아 올렸다고 한다.
아름답고 아름답다. 종로3가 밥먹고 술마시러만 갈 줄 알았지 종묘만 딱 보려고 온 건 처음이다. 소박함 속에도 장엄함을 느낄 수 있구나. 아무런 무늬도 화려한 색채도 없는 종묘에서 왠지 모를 압도감을 느낀다. 이곳 서울이 참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