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책

서오릉(2)

by 버미
익릉을 지나 소나무숲길

익릉에서 홍릉과 창릉까지의 거리가 꽤 된다.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소나무길과 서어나무길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힘을 비축하기 위해서 좀 더 짧은 소나무길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분명 이때까지는 소나무길을 걷고 있는줄만 알았다.

그림같은 풍경

낙엽은 부서지면서도 운치를 선사한다. 걸음을 뗄 때 마다 나는 바스락 소리는 가을에만 들을 수 있는 한정판 ASMR이다.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치유가 된다.

창릉

여기다. 내가 소나무길이 아닌 서어나무길을 걷고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이. 소나무길을 걸었다면 홍릉이 먼저 나와야 하는데 창릉이 먼저나왔다. 먼 길을 돌아 오긴 했으나 갈색 풍경을 봤으니 퉁친걸로 했다. 이곳은 예종과 인순왕후의 릉. 왼쪽이 예종, 오른쪽이 인순왕후의 릉이다. 다른 릉들은 정자각 뒷편에서 바라보면 언덕때문에 릉이 잘 보이지 않는데 창릉은 양 옆에 있어 둥그런 묘를 볼 수 있다.

창릉 앞 벤치에서

참 가을같은 사진 약간의 낙엽과 미지근한 햇살 노오란 잔디까지. 먼 길을 걸어왔기에 조금은 앉아서 쉬어가야지.

대빈묘

홍릉도 보고왔는데 사진이 없다. 아쉽게도. 다음에 또 갈 거니까 괜찮다고 위로를 하며! 이곳은 희빈 장씨가 묻혀있는 대빈묘이다. 기가 강한 여성으로 알려져있는 희빈 장씨. 묘를 그냥 봤을 땐 다른 릉에 비해 간소해서 조금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희빈 장씨를 서술해놓은 역사는 남인 세력이 아닌, 그 반대세력 서인이 쓴 거라고 한다. 그만큼 약간의 과장과 의미부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 때 숙종의 총애를 다 받다가 내쳐진 장희빈이라면 그녀가 품었을 감정이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야사에 희빈 장씨가 인현왕후를 저주했다는 이야기는 조금 섬짓하지만.


<선을 넘는 녀석들>을 보다가 대빈묘 앞에서 학춤을 추면 애인이 생긴다고 하던데, 참 재밌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든다. 연애는 무슨 바빠죽겠는데 싶은데 이 가설이 사실인가 궁금하긴 하다.


나가는 길

서오릉을 나가는 길. 1시쯤 서오릉 입구를 넘은 것 같은데 어느새 3시 59분이었다. 날이 추워지면서 해도 서둘러 이부자리를 준비했다. 노오란 낙엽위에 노란 빛이 한겹 더 덮이며 차분한 분위기를 선보여줬다.

서오릉 단풍

오랜만에 나온 산책. 귀찮아서 나갈까 말까 했는데 나오길 잘했다. 역시 망설이는 순간에는 일단 하고 보는 게 맞다. 2020년 계절감각을 일깨워준 소중한 10월 27일이었다. 가을이 아주 가기 전에 기록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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