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10대 후반-20대 초반, 나는 '사회적 기업'에 뜻이 있었다. 내가 '경제학'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자본주의가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경제학의 목적은 고치는 게 아니라 설명하는 것에 가까웠다.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적 기여'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사회적기업을 돕는 NGO에서 인턴을 하고, 관련된 많은 책을 읽었다. 1학년 때 인액터스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기억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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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대체 뭐가 사회적이고, 뭐가 아닌 거지?' 그 시절 항상 날 따라다니는 의문이었다. 인턴을 하면서 본 청소 업체가 있다. 장애인을 일정 수 이상 고용해, 사회적기업 지원금을 받는다. 지원 기간이 끝나면 그 분들을 해고한다. 이 기업은 사회적기업인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자선과 CSR에 인색했다. 그럼 애플은 사회적 기업이 아닌가? 탐스 슈즈는? 페이스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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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내가 내린 가설적 결론은 '사회적 가치란 주관적이며, 일관적이고 보편적인 측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다. 사람마다 무엇이 사회적이고 아닌지에 대한 기준도 다르다. 세상은 그냥 존재하는 거고, 가치와 의미는 사람이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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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살짝 바뀌었다. 그럼 '나에게' 소셜의 기준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생각해보았다. 놀라운 걸 2가지 발견했다. 1) 나의 주관적 가치 판단 기준을 나도 잘 모른다. 2) 생각보다 내가 정말로 가치있다고 믿는 것의 범위는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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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사회적인' 일이다. 그러나 솔직히, 평소 삶과 행동을 보았을 때, 나는 거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 내 사회적 자아는 그렇지 않다고 합리화하려 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죄책감 없이 하루 두번씩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마시지 말았어야지. 즉, 일반적으로 '사회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내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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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사회적으로 좋거나 나쁜 것을 판단하는 나의 기준은 뭘까? 내가 정말로 행동에 옮기고 있는 가치관. 주말에 방에 혼자 앉아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 답으로 생각난 게 있는데, 좀 웃기는 얘기지만 그냥 한번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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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을 지혜롭게 만드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여기서 지혜란.. 정신적 성숙, 자기에 대한 존중, 본능/습관에서 벗어나 자신을 볼 수 있는 능력. 장기적 결과를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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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현자 타임'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나라는 인간을 '공장'이라고 생각해보자. 대부분 우리의 의식은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관점이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공정을 설계하는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나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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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많은 문제는 물질적 풍요와 기술적 역량의 부족보다, 인간의 고유한 정신적 불완전(근시안적인 판단, 수렵채집시절의 본능, etc.)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물질적인 해결은 늘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 온다. 그러니까 내 기준에 의하면, 사람들의 '현자타임'을 늘리는 사업을 한다면, 사회적 기업이라고 볼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