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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Mar 08. 2020

기술은 조직을 바꾸고, 조직은 사회를 바꾼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메모 정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 사회성은 인간이 가진 주요 능력 중 하나이자,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원인이자 결과가 된다. 사회는 개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자 사회를 구성하는 그룹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개인과 그룹 사이, 그룹 내 개인들 사이, 그리고 그룹과 그룹 사이의 관계를 합치면 놀랄 만큼 복잡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 인간은 생존을 위해 늘 그룹에 의존해왔다. 농업 혁명 이전에도 수렵과 채집에는 작업의 조율(Coordination)과 분업이 필요했다. 

 • 인간의 타고난 사회성은 사회적 요소가 제거된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죄수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무서운 형벌 중 하나는 독방 감금이다. 감옥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람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가혹한 일이라는 얘기다. 
 


인간 조직과 다른 동물 조직의 차이

인간이 만드는 그룹(조직)은 영장류나 다른 동물들의 그룹보다 훨씬 앞서 있다. 인간이 만드는 그룹은 더 크고, 더 복잡하고, 더 질서 있고, 더 오래간다. 결정적으로, 가족을 넘어 친구, 이웃, 동료 때로는 모르는 사람들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된다.  


인간 조직은 더 크고, 더 유연하다. 인간은 개인의 지능과 사회적 능력을 결합시킬 수 있다. 질서 있는 벌들과 인간의 조직이 차별화되는 이유다. 훨씬 더 유연하게 집단을 운영할 수 있다. 생일 파티 준비부터 수백만 명으로 이뤄진 다국적 기업의 운영까지, 인간은 항상 함께 행동한다. 덕분에 조직은 개인 혼자일 때보다 더 크고, 더 복잡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작업을 할 수 있다. 비행기 제작이나 성당 건출, 심장 수술, 요새 파괴에는 다수의 개인들 사이에 수많은 분업과 전문화와 Coordination이 필요하다. 기간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서 걸릴 수도 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조직 방식이 바뀌면 인간 생활의 대부분이 바뀐다.

인간의 삶에서 그룹(조직) 워크가 중심축을 이룬다는 얘기는, 무엇이든 그룹의 작동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면 경제, 정치, 미디어, 종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그룹과 작동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 



사회(벌들)와 사회적 기술(벌집)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커뮤니케이션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벌들의 삶에서는 벌집이 가장 중요하듯이, 인간의 삶에서는 그룹의 창조와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도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벌집은 어느 벌 한 마리가 아닌, 그 벌 집단의 소유물이다.  

벌집의 형태는 벌들의 삶의 영향을 받으며 벌들의 삶도 벌집에 영향을 받는다. 벌집은 사회적 장치이자 제도다. 벌 조직을 유지한 커뮤니케이션 및 Coordination 플랫폼이다. 각각의 벌은 환경과 뗴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의 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협력(Coordination)의 어려움 

사람들로 이뤄진 그룹은 복잡해서 만들기도, 유지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구성원의 숫자가 늘어나면 복잡성은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면, 한 명이 하기 어려운 일일 경우, 어떤 것이든지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 치안 유지, 도로 건설, 쓰레기 수거 등등 개별 구성원의 필요만 있으면 무슨 그룹이든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왜냐하면 조직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생일 패러독스

30명의 사람들 중에서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틀린다. 생일이 겹칠 확률은 관계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관계의 수는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룹이 웬만큼만 커져도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 

친구 2명과 영화를 보러 갈 때, 친구 10명과 영화를 보러 갈 때를 생각해보자. 이 때는 복잡성이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나서, 어떤 영화를 보러 갈지 합의할 때 무려 45번의 합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몇 개의 옵션을 가지고 투표를 하거나, 제비뽑기를 해서 정하게 된다. 인간 사회는 항상 이 문제와 씨름해왔다.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지만,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Coordination의 비용 - ‘관리'

그래서 관리가 등장한다. 거대한 그룹들, 대기업, 군대, 교회 모두 각자의 기능을 발휘하는 큰 조직이다. 산발적인 조직과 기업 간의 차이점은 ‘관리’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발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자 하는 그룹이 형성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임무를 주고, 노동력을 ‘관리’한다. 조직은 직원을 감독하고 모니터 하는 비용을 부담한다.  


어떤 조직이든 이러한 관리 비용을 감내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직이 붕괴하기 때문이다. 겨우 10명만 모여도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조직이 수백, 수천 명이 되면 그 관리자들까지 관리해야 한다. 관리자의 관리자도 관리해야 한다.  



로널드 코즈의 거래 비용

로널드 코즈는 1937년 <기업의 본질>이라는 논문에서 처음으로 위계적 조직의 가치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시장이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라면, 대체 조직은 왜 있는 것인가? 왜 시장에서 모든 가치 교환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인가?  


그러나 완전히 개방된 노동 시장은 탐색 비용, 합의를 보고, 신뢰를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기업이라는 조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련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거래 비용은 올라간다. 



관리 비용의 투입

따라서 조직은 규모를 유지하고 복잡성을 감당하기 위해서 매우 많은 관리 비용을 투입한다. 그래서 조직은 돈이 필요하다. 동아리는 회비가,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이, 군대는 세금, 교회는 헌금을 내야 한다. Coordination 비용은 어느 조직에서든 들어간다. 조직이란 협력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협력을 위해서 자원 중 일부는 그것을 지휘해야 한다. (역사상 가장 자주 등장하는 대규모 조직의 예는 군대다. 군대는 이러한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일찍부터 다양한 조직 관리 기법을 발전시켜왔다.) 



근대 기업의 효시 - 철도 회사

일반적인 조직도는 네모와 선이 피라미드형으로 연결되어있다. 이런 방식의 조직도가 보급된 것은 1800년대 철도 회사 때부터이다. 앨프레드 챈들러의 <보이는 손>에 자세히 나와있다. 


초반에 철로가 단선이었을 때는 서로 다른 열차가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다. Coordination이 필요했고 점점 복잡해졌다.  철도 회사가 대형화되고 전국화 되면서 관리비용은 빠르게 증가했다. 


뉴욕 & 이리 철도회사의 감동관이었던 데이비드 맥컬럼은 구간별로 책임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지부를 나누었다. 지부를 본부가 감독하고 책임을 명확하게 나눈 형식이었다.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위계질서형 조직이었고, 이는 성공을 거두었다. 


즉, Coordination problem에 대해서 위계 구조와 프로세스를 만들고 역할별로 개인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이 아닌, 군대, 교회 등 수많은 조직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스타트업들도 규모가 커지면 프로세스와 위계질서, 관리자를 도입한다.) 맥컬럼식 시스템은 책임과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화해 초대형 조직의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 물론 조직의 개인들은 이러한 관리에 동의해야 한다. 동의를 주는 조건은 보상, 월급이다.) 


조직 비용의 하락과 코즈의 하한선

조직 비용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면 어떻게 될까? 잦은 회의, 층층이 이어지는 결재 등이 바로 조직 비용이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할 경우에 이런 조직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관리 감독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면 관리 감독 비용만큼의 가치(경제적 보상)를 얻지 못하는 일은?  


그런 일은 이뤄지지 않는다. 공개 백과사전에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올리는 일(위키피디아) 등은 이런 ‘코즈의 하한선’ 밑에 있는 일이다. 

그러나 조직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면 이 하한선은 낮아지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 생겨난다. 


우리는 이제 맥컬럼식 전략에 의존하지 않고도 조직을 만들어내고 협력할 수 있게 된다. 신문은 신문사가 신문기자를 고용해야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누구나 쉽게 사진을 올리고 소통할 수 있기에 특정 이벤트에 대한 사진첩을 만드는 것은 맥컬럼식 조직이 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조직 기술의 등장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감소하면서 사람들이 쉽게 그룹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많은 도구가 생겨났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훨씬 더 관리 비용이 적은 새로운 조직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조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세상은 더 많이 연결을 넘어 초연 결사 회로 간다. 


이전까지는 관리 주체도 없고, 보상도 없는 조직의 경우에는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금전적 동기나 관리 감독이 없어도 해낼 수 있는 일의 수와 종류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중의 삶을 장악하고 있던 조직들의 힘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규모 작업을 관리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 조직 형태에 경쟁자가 생겼다. 그룹 행동의 새로운 대안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그런 조직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이나 정부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이상주의는 위계질서가 사라진 천국이 올 것처럼 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조직의 절대적 장점은 바뀌지 않았다. ‘상대적 장점’이 약해졌을 뿐이다. 따라서 그런 조직들이 계속 존재하더라도, 현대인의 삶을 틀어쥐고 있던 조직들의 힘은 약해질 것이다. 



# 하한선 밑의 활동들

하한선 밑에 숨어있던 활동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관리자의 지휘가 없는, 이익 동기를 초월하는 탈중앙화 된 그룹의 등장이다. 

너무 소소해서 조직 단위로 노력할만한 가치가 없었을 때는 조직이 생기지 않았다. 새로운 사회적 기술, 도구의 등장으로 조직 비용이 내려가면서 새로운 협력 활동이 생겨났다. 


ex) 위키피디아. 자발적인 편집자들이 만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백과사전


ex) MIT 미디어랩의 방사능 측정 지도 

이토 소장은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는 어떻게 방사능 측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라며 “경험은 물론이고 지식, 제작에 필요한 센서 등을 일일이 살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 MIT 미디어랩은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는 장치인 ‘가이거 계수기’의 설계도를 무료로 공개했다. 인터넷에서 설계도를 입수한 아마추어들은 이를 토대로 자체 측정기를 만들었고, 자발적으로 측정기를 자동차에 붙여 방사능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토 소장은 “이렇게 시작된 데이터 수집 움직임이 한국과 미국, 전 세계로 확장했다”라며 “아무도 하지 못했던 혁신을 이뤄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직 활동의 단계 - 뒤로 갈수록 조직 비용이 높다.

 1. 공유는 참여자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 가장 적다. 자신이 가진 것을 타인과 공유하는 일은 가장 간단한 사회적 활동이다. 사진을 업로드하거나, 구글 검색도 공유의 일종이다. 
 

 2. 협력은 공유 다음 단에 해당한다. 공유하는 그룹은 개인들의 합일뿐이지만, 협력은 시너지와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서로 간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즉, 유튜브에 비디오를 올리는 것 자체는 공유이지만, 댓글과 좋아요로 상호작용하는 것은 협력이다. 대화는 공유보다 강한 커뮤니티 의식을 심어준다. 욕설이나 무의미한 잡담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커뮤니티의 규범이 필요해진다. 
 

 3. 협동생산(Peer-production)은 더 적극적인 형태의 협력이다. 결과물이 한 사람의 기여가 아니라 여러 명이 참여했을 때다. 이 경우에는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앞의 활동들과 구분된다. 협동생산을 제대로 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서로 간의 협동생산을 쉽게 만드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위키피디아의 편집 활동이나 Git이 대표적인 예이다. 각자 음식을 하나씩 만들어와 파티를 만드는 일도 여기에 해당한다. 
 

 4.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은 가장 상위의 팀워크이다. 개별 구성원이 그룹의 결정에 구속되고, 개인적 헌신과 참여를 요구한다. 
 

 1. 집단행동에서 생겨나는 어려움 첫 번째는 책임 공유다. 집단행동에 따르는 책임을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 팟럭 파티가 아닌, 식당 주방에서 모든 요리사가 하나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2. 두 번째는 공유지의 비극이다. 생물학자 개럿 하딘이 처음 만든 용어다. 개인의 이득과 사회적 최적이 일치하지 않을 때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난다. 모두가 자제해야 이득인 상황이지만, 개인의 이기적 동기로 선택하면 그 결과에서 벗어난다. 
 

 ▪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 

 ▪ 첫 번째는 사유화다. 집단행동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치환하면 된다. 

 ▪ 두 번째는 거버넌스다. 상호 합의에 의한 상호 억압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목초지 관리 협회를 만들어 일일 목축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거버넌스가 내리는 결정에 동의할 수 없으므로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고, 공정한 프로세스를 추구하며, 동의할 수 없는 결정이라도 따르게 만드는 공동의 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집단행동 수준의 조직은 아직 인터넷 상에서 구현하기는 어렵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Here Comes Everybody 

클레이 셔키 지음 

출판일자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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