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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Jun 07. 2021

사회적 기업이라 아주 이미지도 좋은 곳이야~

대사를 듣고 떠오른 옛날 기억

"사회적 기업이라 아주 이미지도 좋은 곳이야~"


1. 드라마 <모범택시>를 보던 중이었다. 드라마에서 저런 대사가 굳이 나온다? 100% 아니라는 뜻이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를 듣자 예전 경험이 떠올랐다.



2.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다.' 내가 경제학과를 간 이유였다. 고등학교 때, 나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자본주의, 경제 성장만 추구하다 보니 사회적, 환경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라는 문제의식을 품고 살았다. 그걸 극복할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러니 경제학을 공부하자.



3. 1학년 때 경제원론을 들으며 실망이 컸다. 맨큐의 경제학은 기존에 가진 이론에 맞춰서 세상을 설명하려 할 뿐,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



4 그래. 세상을 정말로 바꾸는 힘은 경제 이론이 아니라 기업이야.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돈도 버는 그런 기업이 많이 생기면 세상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5 사회적 기업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라든가 <세상을 바꾼 대안기업가 80인> 같은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비즈니스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 그 아이디어가 나에겐 정말 매력적이었다.



6. 1학년 겨울방학, 나는 내 생각을 확인하고 싶어 인턴십을 신청했다. 대학생을 모아 약간의 교육을 한 뒤 다양한 NGO 단체에 매칭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희망 분야에 사회적 기업이라고 적었다.



7. 내가 배정된 NGO는 사회적 기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 대상으로 경영지원 사업도 같이하는 곳이었다. 나는 그 컨설팅 부서에서 리서치 보조를 했다. 사회적 기업 제품을 팔 수 있는 판매 채널의 DB 만드는 일을 했다. 여러 사회적 기업들도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8. 충격을 받았다. 내가 생각했던 사회적 기업과 그때 사회적 기업의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물론 <모범택시>에 나오는 악덕 기업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저 인건비를 지원받기 위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고, 장애인을 고용한 뒤, 지원금이 끊기면 해고해버리는 청소업체를 보았다.



9. 내가 막연히 꿈꿨던 것처럼 사회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그저 취약계층을 고용하거나, 취약계층에 서비스 제공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도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 '기업가' 마인드보단 '활동가' 마인드가 강했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내가 본 것은 일부 케이스일 뿐이다. 그러나 멋있는 해외 사례를 읽으며 생각했던, 나의 장밋빛 판타지를 깨기엔 충분했다.



10. 그 경험은 다음 내 진로를 많이 바꿔놨다. 사회적 기업도 비즈니스구나. 그러니’ 경영’을 제대로 배워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경영학회를 들어갔다.



11. 동시에 계속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이 사회적이고 사회적이 아닌가.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 문제 해결이란 뭘까. 그 고민이... 어찌어찌해서 스타트업과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까지 이어졌다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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