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업계를 보면 지식콘텐츠의 BM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 같다. 지난 한 달만 해도 빅뉴스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이걸 보면서 드는 생각들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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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인터넷상의 거의 모든 트래픽을 장악한 SNS/플랫폼. 여기에 대응하는 미디어/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전략은 크게 2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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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의 룰을 따르며 트래픽을 최대한 끌어와 광고 수익을 버는 것. (ex. 버즈피드, 허프포스트)
- 플랫폼을 우회해 자체 채널에서 유료 구독을 제공하는 것. (ex. 뉴욕타임스, 아웃스탠딩)
하지만 이 둘 다 어렵다. 전자는 당연하게도 플랫폼에 너무 종속되고 휘둘린다. 후자는 도달 가능한 트래픽이 너무 적고, 무엇보다 콘텐츠에 지갑 열게 만드는 게 너무 힘들다.
독립 생존과 플랫폼 종속. 미디어/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이 두가지 사이에서 항상 고뇌 중이다.
반대로 플랫폼/SNS 업체들은 어떨까? 원래는 무조건 무료 콘텐츠 + 광고를 추구했다. 하지만 요즘은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콘텐츠 유료화/구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다.
이 두 가지 욕구가 맞물리면서, 중간지대에서 재미있는 변화들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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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도시가 작년에 말했었다. 구독 기반의 서비스를 고민 중이라고. 광고 수익 모델의 한계와 부작용을 느낀 것 같다. 그럴 만도 하다. 코로나로 인한 광고 감소, 광고 보이콧 논란 등 여러 이슈가 있었다. 트위터의 광고 수익 그래프는 좋게 봐줘도 '정체' 중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겠지.
- 하지만 유료화를 시도해서 성공한 SNS가 있었나? '트위터가 유료화 고민중'이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이었다. 잭 도시 본인도 아주 어려운 도전이라고 인정했다. (에반 윌리엄스는 트위터의 또 다른 창업자다. 트위터를 그만두고 유료 콘텐츠 시장을 만들겠다며 2012년 미디엄을 창업했다. 여전히 사업적으로 헤매고 있다)
- 고민을 다한 건지 일단 뭐라도 하고 보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올해부터 트위터가 광폭 행보를 시작한다.
- 올해 1월,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리뷰를 인수했다. 요새 핫한 섭스택의 경쟁자다. 개인 저널리스트와 블로거에게 '유료 뉴스레터' 수익 모델을 제공한다. 월 구독 수입이 천만 원 이상인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다.
- 2월, 팔로워들에게 구독료를 받고, 독점콘텐츠를 제공하는 '슈퍼 팔로우'를 출시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일종의 패트리온 같은 서비스다.
- 5월 4일, '스크롤'이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스크롤은 굉장히 흥미로운 구독 모델이다. 평소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월 5달러를 내면 제휴 미디어에서 광고 없이 깔끔한 기사를 보여준다. 스크롤 뉴스계의 유튜브 프리미엄이랄까? 스크롤은 현재 서비스를 일시 중지했다. 곧 트위터의 '더 넓은 구독 서비스'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CEO가 말했다.
- 5월 7일, 팁 (후원) 기능을 도입했다. 수수료를 떼진 않는다. 어떻게든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 5월 15일, '트위터 블루'라는 유료 멤버십 기능(실험)이 비공식 유출됐다. 가격은 월 $2.99. 트위터 블루에는 트윗 삭제, 북마크 정리 등 추가 기능이 포함된다. 사용자들이 그렇게 만들어달라고 난리를 쳐도 안 만들어주던 대표적인 기능들이다.
- 트위터는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스타트업 인수까지 해서 원기옥을 끌어모으는 중인 듯. 올해 말쯤에 강력한 구독 서비스를 하나 내놓을 것 같다. 2억명이 쓰는 SNS에서 (부분) 유료화라니 어떤 게 나올지 아주 기대된다. (페이스북도 비슷한 걸 생각하고 있다고 하던데)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가 5월 중순 런칭했다. (너무 기니까 네프콘이라고 부르겠다.)
- 네프콘은 일명 콘텐츠 창작자를 위한 '스마트스토어'다. 통합 구독이 아닌, 개별 구독/판매 모델이다. 인프라만 깔아주되 공급자(CP)에게 최대한의 자유도를 준다. 네이버답다.
-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다. 물론 구독/콘텐츠 유료화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느끼고 실행한 것까지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척박한 유료 지식 콘텐츠 시장에서 개별 구독이라니... 지금처럼 소수의 CP를 선별해서 갈 거였다면, 네이버 플러스랑 연계해서 '통합 구독' 모델로 한번 시원하게 질러줄 수도 있지 않았나. 그래도 네이버인데 말이야.
- 물론 엄청 어려울 건 안다. 온갖 이해관계 이슈가 얽혀있으니까. 언론사들이 불만 생기면 열심히 씹을 게 분명하고. 밀어붙인다해도 잘될지 확신도 없었을 거다. 그러니 전면에 나서거나 정산해주는 모델이 아니라, 생태계만 깔아주는 방식으로 가보자. 잘 안되더라도 욕(?)이나 리스크는 최소화할 수 있지 않냐. 뭐 이런 결정이지 않았을까.
- 초기 입점은 대부분 경제/경영 분야 매체다. 기존에 하던 무료 콘텐츠는 유지하되, 추가적인 콘텐츠에 페이월을 붙이는 방식이다. 더피알에 따르면, '선입점한 언론들은 론칭 첫날 기대를 밑도는 구독자 유치로 박빙 대결(?)을 펼치고 있고, 미참여 매체는 지켜보면서 계산기 두드리는 분위기'라고 한
다.
- 짧은 생각으론, 개입을 최소화하는 스마트스토어 모델로 갈 거면, 아예 모든 창작자에게 입점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하고 유명한 CP만 모아놨다고 해서, 사람들이 콘텐츠에 돈을 쓰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콘텐츠를 통해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의 매력'과 독자와의 '관계'다. 그 관계/팬덤이 지갑을 열게 만든다.
- 그래도 네이버라면 뭐라도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흥미롭게 지켜보는 네프콘. 카카오가 준비중인건 어떻게 나오려나.
- (7월 추가 업데이트) 아무래도 초반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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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의 양대 산맥 스포티파이와 애플. 몇 주 전 동시에 부분 유료화 기능을 출시했다.
- 미국은 팟캐스트/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매우 크다. 팟캐스트 광고 시장만 1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엄청 빠르게 커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유명 팟캐스트/호스트의 컬트적 인기를 생각하면, 유료 팟캐스트 시장도 분명 커질 거라고 상상해볼 수 있다. 애플과 스포티파이가 이걸 놓칠 리 없지.
- 여기서 재밌는 포인트는 스포티파이와 애플의 전략 차이다.
- 스포티파이는 기본적으로 네프콘과 똑같은 접근 방식이다. 스포티파이 앱 내에서 구현하되 개입을 최소화한다. 가격은 3달러 5달러, 8달러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수수료는 5%. 초반 2년은 심지어 무료다. (다만 인앱 결제가 안되는 게 에러)
- 애플은 가격은 자유롭게 정하게 해준다. 스포티파이보다 낫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가격을 보니 역시 애플이다. 매년 $20을 기능 사용료로 애플에 내야 한다. 수수료도 있다. 첫해 30%, 이후부턴 15% 뗀다. 게다가 독점 조항이 걸려있다. 애플에서 유료화하면 다른 플랫폼에 유통 못 한다.
- 애플은 2.8억 명, 스포티파이는 3.8억 명의 팟캐스트 사용자가 있다. 과연 이들 중 얼마나 돈을 낼까. 오디오 콘텐츠는 텍스트와 다를까. 만약 낸다면 애플이 이길까 스포티파이가 이길까. 재미있게 지켜볼 만한 부분.
(* 아래 그림은 정리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끄적거렸지만 맘처럼 안 되어서 어정쩡하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