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의 시초, 뮤지컬리의 흥미로운 초기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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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리 창업자는 알렉스 주라는 사람이다. 사실 알렉스가 처음에 만들려고 했던 건, 교육 앱이었다고 한다. 알렉스는 크리에이터들이 3-5분짜리 짧은 지식 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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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지루한 인강은 사람들이 안 보니까, 짧게 만들자. 압축적으로, 다양한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앱이라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라는 아이디어였다. 코세라에 트위터를 합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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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디어는 야무지게 망했다. 알렉스는 2가지 이유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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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크리에이터 측면.
아무리 3-5분짜리 영상이라도, 교육 컨텐츠에는 엄청 긴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영상을 많이 만들 수가 없었고, 투자 비용이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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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고객 측면.
교육은 아무래도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행동이다. 사람들은 정말로 확실한 동기가 있어야만 배움을 추구한다. 강력한 동기가 없으면, 100개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3분짜리 영상을 보면서, 300분을 쓰고 싶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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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디어를 말아먹은 알렉스. 힘이 쭉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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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차를 타고 가던 중. 미국 10대들이 노는 모습을 보게 된다. 10대들은 폰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알렉스가 보기에 걔네들이 하는 건 딱 2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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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악 듣기 2) 사진 꾸며서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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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가지를 합쳐보면 어떨까? 그게 뮤지컬리의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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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가 뮤지컬리를 만드는 건 쉬웠다. 교육 앱에 만들어두었던 영상 제작 기능과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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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앱에서 싹 다 걷어내고, 영상 편집을 쉽게 할 수 있는 기능만 남겼다. 출시에 1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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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영상은 오랜 시간 기획하고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뮤지컬리는 훨씬 쉬웠다. 그냥 재미로 찍은 영상에 음악을 붙이면 뮤지컬 같은 영상이 된다. 이 부분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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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공급'. 사용자가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에선 아주아주 중요한 문제다. 콘텐츠를 단 하나라도 만드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보통 3-10%를 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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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이 몇 시간씩 뮤지컬리를 보게 하기 위해선, 콘텐츠가 엄청 많아야 했다. 다시 말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용자가 졸라 많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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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리는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했다. 어떻게..? 영상 만들기가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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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음악, 편집, 필터... 필요한 재료가 다 앱 안에 준비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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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에 잠옷 입고 침대 위에 누워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상태에서도 영상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전까지 소셜 미디어는 콘텐츠 제작에 대해선 거의 개입하지 않았는데, 뮤지컬리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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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길이도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크게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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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져서 숏폼 컨텐츠가 나온 거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짧은 길이로 제한한 진짜 이유는, 그저 크리에이터가 '만들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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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생산이 쉬워지자, 사용자들은 15-30초짜리 콘텐츠를 대량으로 찍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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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니까, 사용자들의 빠른 소비 속도와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켰다. 사용자는 계속해서 스크롤을 올렸고 체류 시간이 길어졌다. 이게 뮤지컬리의 초기 성장 엔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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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만 가지곤 살짝 부족했다. 그 다음 뮤지컬리가 쓴 전략은, '불평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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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리는 쉬운 제작 기능으로 크리에이터를 모았다. 여기까진 순조로웠다. 하지만 들어온 사람들이 계속 재미를 느끼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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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운 답은 '셀럽'이었다. 소셜 미디어를 빠르게 키우려면 셀럽/인플루언서를 데려와야 한다는 게 당시 업계 국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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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뮤지컬리는 달랐다. 셀럽을 데려오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뮤지컬리 드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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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리 드림이란. 다른 플랫폼에서 그렇게 인기 있지 않은 사람들도, 뮤지컬리에 가면 많은 팔로워를 모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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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도 뮤지컬리에 가면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대!' 라는 인식을 만들어낸다. '미국에 가면 부자가 되어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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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리 드림의 타겟은 '중산층' 크리에이터였다. 다른 플랫폼 기준으로 쳤을 때 '귀족'은 아닌 사람. 큰 플랫폼에서는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 사람. 일반인보다는 끼가 많고, 뜨고 싶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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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이 뮤지컬리에 와서 갑자기 빵 뜬다. 엄청난 팔로워 수를 자랑한다. 다른 크리에이터가 그걸 목격한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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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쟤도 했는데 (뮤지컬리에서 떴는데), 나라고 못 할게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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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는 이런 심리를 노렸다. 평범한 수준의 크리에이터들이 확 유명해지는 걸 보게 되면, 인터넷에서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줄지어 몰려들 것이다. 이게 바로 '뮤지컬리 드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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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문제가 있었다. 그 유명해지는 꿈을 어떻게 이뤄주지? 당시 뮤지컬리 유저는 해봤자 수천 명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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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꿈을 이뤄줄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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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는 의도적으로 거대한 '불평등'을 만들었다. 쉽게 말해, 극소수의 크리에이터에게 트래픽을 몰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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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ver'라는 탭이 있었는데 여기서 뮤지컬리 팀이 직접 영상을 골라넣었다. 모든 사용자한테 노출했다. 이러면 1%의 크리에이터는 순식간에 셀럽이 되지만, 나머지 99%의 크리에이터는 트래픽을 나눠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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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뮤지컬리 드림'은 유지될 수 있다. 나눠 받지 못한 사람이 '언젠가 나도!!'라는 희망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드는 동안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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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는 그 '얼마 동안'에 뮤지컬리의 성장이 계속 빨라진다는 데 베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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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희망이 깨지기 전에. 뮤지컬리가 급성장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트래픽을 좀 더 분산시키고,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셀럽이 되는 꿈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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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 트래픽 몰아주기는 오래가지 못했지만, 알렉스의 베팅은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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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리에서 인플루언서가 되는 건 다른 플랫폼보다 훨씬 쉬웠다. 벼락 성공 사례가 계속 터져 나왔다. 덕분에 뮤지컬리는 크리에이터를 계속 잡아두고,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 공급하고,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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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read.first1000.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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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역사 간단 정리: 뮤지컬리가 숏폼 컨텐츠로 미국에서 먼저 떴음. 그걸 보고 바이트댄스가 만든 게 더우인. 나중에 바이트댄스가 뮤지컬리를 1조원에 인수함. 둘을 합쳐 글로벌 버전으로 내놓은 게 틱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