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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Sep 08. 2017

반항아들이 만드는 효율적인 의사결정

개미들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는 방법

개미들은 단순한 규칙을 가지고 효율적인 집단 의사결정을 한다. 흔히 개미들이 한줄로 나란히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에 개미들은 굴에서 나와서 먹이를 찾기 시작한다. 어떤 개미가 먹이를 찾기 시작하면 개미들은 자동적으로 일렬로 늘어서서 먹이를 운반한다. 이 때 개미가 만드는 길이 먹이와 집 사이를 잇는 가장 효율적인 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출발점과 도착점을 있는 무한히 많은 경로 가운데 이동 시간이 가장 짧은 길이다. 


어떻게 개미들은 이런 길을 찾아내는 걸까?  


개별 개미들은 단순한 규칙을 따른다. 먼저 어떤 개미가 먹이를 찾으면, 그 개미는 먹이의 일부분을 물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길에 페로몬을 남긴다. 페로몬은 다른 개미가 끌리지 않을 수 없는 유혹적인 물질이어서, 개미가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서 걷게 된다. 그런데 페로몬에는 휘발성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페로몬이 있다는 것은 ‘시간’에 대한 정보도 같이 전달한다. 먹이를 문 개미가 여기를 지나간지 얼마 안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이와 개미굴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행렬이 생긴다.  

여기에 사용되는 규칙은 2가지다.  


1) 먹이를 물면 페로몬을 방출한다.  

2) 페로몬은 휘발성과 유인성을 가진다. 


그런데 가끔 개미들 중에서는 페로몬을 따라 이동하지 않는 반항아 개미가 있다. 원래대로라면 페로몬이 뿌려진 경로를 가야하지만, 그러지 않고 다른 데를 어슬렁거리는 개미가 있다. 하지만 개미 사회는 이 개미를 그냥 내버려둔다. 왜 진화 과정에서 이런 반항아 개미를 없애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처음에 먹이를 발견한 경로가 최선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처음 길을 만든 개미가 먹이와 개미굴 사이를 비효율적으로 꾸불꾸불 돌아갔을 수도 있다. 아니면 어떤 부분은 표면이 거칠고, 어떤 부분은 표면이 매끄러워서 오히려 약간 돌아가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만약 개미 사회에 말 잘듣는 개미만 있다면, 모든 개미는 아무 생각없이 앞서간 개미의 꽁무니를 따라 이동할 뿐이므로 비효율적인 길이 계속 유지된다. 그냥 하던 대로 계속 지속한다. 이를 답습(exploitation)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개미 집단을 관찰한 한 연구에서는 개미들이 수백미터 길이의 큰 원모양 경로를 만들고서는 모든 개미가 다 죽을 때까지 다 그 원을 따라 행진했다는 기록도 있다. 잘못된 길임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 반항아 개미가 나타난다. 반항아 개미라고 꼭 최선의 길을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항아 개미는 앞서간 개미를 따라가기 거부하고 엄한 곳을 돌아다닌다. 이를 탐색(exploration)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떤 반항아 개미가 지름길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먹이를 발견한다. 그러면 페로몬이 뿜어져나온다. 시간에 따라 휘발하는 페로몬의 특성 때문에 더 효율적인 경로에서는 페로몬의 농도가 짙다. 그래서 개미들은 더 진한 페로몬을 향해 새로운 길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바뀌거나 원래 경로가 막히더라도 개미 사회는 ‘어떤 길이 가장 효율적으로 먹이를 찾는 길인가?’를 바로 찾아낸다.


개미의 길 찾기는 인간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사회 전체가 보다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반항아’들이 있어야 한다. 물론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은 답습(exploitation)을 한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래야 길이 생길 테니까.  


하지만 환경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고, 지금 발견한 길이 최선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답습하는 사람들만 있으면, 새로운 가능성을 보지 못하고 현재에 갇히게 된다. 우리도 원형으로 뱅글뱅글도는 아프리카 개미가 될지 모른다.  


우리는 반항아들이 섞여있는 사회를 지향해야한다. 사회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모두가 믿는 어떤 사실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을 인정해야 한다. 모나지 않게, 사회 생활 잘하는 것만이 좋은 인생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반항아들이 철들지 않고 ‘딴짓’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  


물론 탐색은 고달픈 일이다. 에너지도 많이 들고, 자칫하면 아무것도 못 찾고 끝날 수 있다. 그래서 80%정도는 답습을 한다. 하지만 20% 정도의 사람들은 지금껏 시도되지 않은 것에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80%의 사람들은 그것을 도와줘야 한다.  


모든 반항아가 새로운 먹이를 찾는 것은 아니지만, 먹이를 찾은 반항아는 세상을 바꾼다. 생물의 진화가 ‘돌연변이’에 의해서 가능하듯이, 사회의 진화는 ‘반항아’들이 만들어낸다.  



참고자료

<단순한 뇌, 복잡한 나>, 이케가와 유지

<세상물정의 물리학>, 김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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