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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Nov 15. 2018

인생 첫 책을 쓰다 (2) 틀리면 어떻게 하지?

매일 글쓰기 15일 차

딱 한 달 뒤, 나는 용기 있게 사인한 3개월 전의 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었다. 책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다니!  


암호화폐/블록체인에 대한 책을 쓰려면 일단 깊게 조사를 해야 했다. 많이 공부하고, 다양하게 알아야 했다. 알아야 할 것들이 정말 정말 많았다. 경제학, 금융시장, 법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이론, 암호학, 웹 기술도 있었다. 문돌이에게는 매우 버거운 지식들이었다.


게다가 정보들이 모두 파편화되어있었다. 아직 블록체인 기술이 너무 초기 단계라 다양한 관점, 구조를 가진 정보와 지식들이 뒤죽박죽 얽혀있었다. 답이 없는 문제, 정보가 없는 문제도 많았다.


내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글을 쓸 수 없었다.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쓸 건지를 정해야 했다. 내가 암호화폐 개론서를 쓰자고 암호학 이론을 몇 달이고 파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 한 두 달은 ‘틀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을 항상 갖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이거였다. 내가 틀린 내용을 써서가 아니라, 그것을 두려워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글쓰기를 포기해버릴 수도 있다는 게 문제였다.


처음 한 두 달은 글을 쓰는데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비유를 들면서도 이게 정말 맞는 비유일까?' 한참을 고민하고, 아직 쓰지도 않은 책인데 악성 리뷰가 달리는 꿈까지 꿨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극복했냐고? 해결책은 간단하다. 그냥 썼다.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계속 썼다. 허무하지만 무식하게 계속 쓰는 것이 답이다. 틀린 내용을 쓰더라도 일단 써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헛소리를 하는 것 같아도 계속 써야 한다. 나중에 고치면 된다. 그래야 결국에 제대로 된 글이 나온다. 너무 간단해서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생각보다 이 태도를 몸으로 깨닫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마 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내 안의 편집자를 다루는 방법이다. 내 안의 편집자가 계속해서 '너 이거 제대로 쓰는 것 맞아?’라고 따지면 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어진다. 무시하고 계속, 꾸준히 달려야 진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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