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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Nov 16. 2018

인생 첫 책을 쓰다 (3) 뮤즈는 언제 올까

매일 글쓰기  16일 차

원고 집필의 절반을 넘기고 한창 달리고 있을 때였다. 마음이 급했다. 3월에 학교에 복학을 해야 했고, 3월까지 원고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다. 1~2월에 최대한 많은 진도를 나가야 했다. 게다가 그때는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책을 쓸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다른 사람들이 6시에 퇴근하면 사무실에 남아서 계속 글을 썼다. 판교에서 신림동 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사무실 책상에서 잔 적도 많았다.

 

글에도 80/20의 법칙이 있다. 80% 시간 동안 끙끙거리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하루에 갑자기 글이 잘 써질 때가 있다.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한 챕터를 며칠 동안 쓰는데 '글이 잘 써지는 순간'이 오지 않으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렇게 해서 마감일을 맞출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고, 그때 본 사람들은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냐며 걱정하곤 했다.  


왜 글이 잘 써지지 않을까? 왜 나에게는 ‘뮤즈'가 오지 않을까? 이런 스트레스는 우리가 흔히 가진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아이디어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가득 차고, 글은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서 표현되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소설가나 작곡가들은 갑자기 아이디어가 탁 하고 떠올라 줄줄 써 내려간다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 책을 써보면 그렇지 않다. 적어도 논픽션은 그렇다. 글은 운동에 더 가깝다. 갑자기 어느 순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마치 꾸준하게 반복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대단한 아이디어가 없어도 써야 한다. 지루한 반복이 이어지고 굳은살이 박일쯤에야 갑자기 어느 순간 내가 엄청 멀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써지는 순간’은 왜 오지 않을까 계속 스트레스를 받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결국 괴로워하고 안 써지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써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니 '안 써지는 순간'은 내가 허비한 게 아니다. 잘 써지는 짧은 순간을 위해 축적한 시간이다. 뮤즈는 어느 날 번개처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안 써지는 글을 붙잡고 기를 한참 써야 온다. 결론적으로, 의자에 엉덩이를 어떻게든 붙이고 앉아서 그 시간을 투입해 넣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뮤즈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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