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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Nov 18. 2018

인생 첫 책을 쓰다 (5) 이야기는 힘이 세다

매일 글쓰기 18일 차

출판사에 초고를 써서 보내고 며칠 뒤였다. 답장으로 '너무 어려워서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내가 얼마나 노력한 건데, 이걸 이해하기가 어렵다니?” 그때는 실망스러웠다. 며칠 지나고 다시 읽어보니 정말 내용만 정리한 수준이었다. 정보를 구조화해놓았지만, 막상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었다. 논리와 정보 전달 위주의 글은 딱딱해서 잘 읽히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쉽게 쓸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비유와 이야기를 넣기로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비트코인의 단점을 설명하는 ‘비트코인 카페 에피소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였는데, 넣으니까 반응이 확 달랐다. 나중에 출간되고 나서도 그 부분이 쏙쏙 들어왔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좀 오버(?)를 해줘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쉽게 읽힌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야기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그때부터 계속 좋은 비유와 이야깃거리를 찾는 습관이 생겼다.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탈중앙화’를 쉽게 설명하지? 어떻게 하면 ‘ICO’를 쉽게 설명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고 다녔다. 그렇게 열심히 주변에 관심을 기울인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퇴근하면서 지하철/버스로 탈중앙화/중앙화 조직의 차이를 떠올렸고, 허허벌판이었던 판교가 신도시가 된 것을 보면서 ICO와 신도시 개발을 엮어서 생각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독자에게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초보 작가가 잊기 쉬운 포인트다. 글에 모든 생각을 다 쏟아내는 것보다, 얼마나 독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비유와 이야기의 힘을 깨달은 후로는 독자의 입장을 생각하며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쉽게 풀어쓰는 능력은 생각보다 희소하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정보가 있지만, 핵심을 쉽게 쓰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과학자는 많지만 <과학 콘서트>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적고, 경제학자는 많지만 <경제학 카페>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적다. 대부분의 글이 인터넷에서 읽히는 요즘, 쉽게 쓰는 능력은 더 중요해진다. 인터넷 상의 독자들은 쉽게 쓰지 않으면 슥하고 스크롤을 내려버린다. 쉽게 쓰기는 내 책의 유일한, 강력한 장점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어렵고 복잡한 내용의 핵심을 쉽게 전달하는 글을 쓰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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