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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Sep 14. 2019

요즘 생각들

디퍼런트, Good 2 Great, 애그리게이터, 착각하는 뇌, 뉴럴링크

안녕하세요. 항상 써야 한다 생각만 하고, 브런치에 글을 거의 올리지 못했는데요.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은 호흡이 길어 시간이 꽤 걸리다보니 엄두가 잘 나지 않았네요.


대신 페이스북은 보통 짧게 쓰다 보니, 가벼운 생각들을 몇 개 적곤 했는데요.

페이스북은 콘텐츠가 곧 휘발되어버리기도 하고,

브런치에 오랜만에 업데이트도 할 겸, 

페이스북에 적었던 단상들을 옮겨와 봤습니다. 



2019.09.13


# 100%의 정답이 아닌, 2%의 흥미로운 아이디어

“나는 100% 정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틀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걱정은 절대 하지 않아. 분명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아마도 한 마디의 말도 할 수 없을 거야.


내가 추구하고 있는 건 말이지. 100%의 정답이 아니라, 2%의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미처 찾아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해내는 것이지."  


지난 4~5년 동안 연구를 하면서, 나는 그 친구의 말을 곰곰이 씹어보았다. 그동안 인간의 행동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이라고는, 소비자 행동이라는 개념을 결코 쉽게 이론화할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진리는 마치 공기와도 같다. 잡으려고 손을 움켜쥐는 순간, 그냥 날아가버리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사실은 내가 내린 결론이 참인지 아니면 거짓인지가 아니라, 확고한 진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지적 범위를 훌쩍 넘어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에 대해 확고한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면, 획기적이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결코 제안하지 못할 것이다.


-문영미, <디퍼런트> 중


공감이 갔다. 타고난 성향이 논리충이라 나는 글을 쓰면서 '내가 뭘 안다고?' '이렇게 단정할 수 있는 걸까?' '100% 이 말이 맞다고 할 수 있나?' 등등 반박을 많이 하는 편이다. 공개적인 글을 쓰니 논리의 비약을 잡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어떨 때는 자기비판이 지나쳐서, 흥미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잘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디퍼런트>는 정답과 법칙을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님이 쓴 것치고는 매우 겸손함이 묻어난다. 그래서 매력 있다. 마케팅은 결국 인간의 인식, 행동에 대한 것이다. 사물을 다루는 과학과 달리, 무언가 쉽게 보편적 진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디퍼런트>는 '이게 마케팅의 법칙이야'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이런 흥미로운 브랜드들이 있어'하고 보여준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2019.09.08


# 전략보다 사람 먼저
경영서의 고전,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를 읽었다. 왜 유명한 책인지 알 것 같았다. 20년 전 책인데도 배울 게 정말 많았다. 무엇보다 단순한 스토리형 경영서가 아니다. 비교군 분석을 통해 위대한 기업은 무엇이 달랐는지를 나름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중 하나.

"그래요. 저는 이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가야 할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웬만큼 압니다.
우리가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운다면,
적합한 사람들을 적합한 자리에 앉히고,
부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다면,
이 버스를 멋진 어딘가로 몰고 갈 방법은 반드시 나온다는 겁니다."  

전략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거다. 이 책에 나오는 위대한 기업의 리더 중 하나인 맥스웰은 굉장히 암울한 시절에 패니 마이의 대표가 되었다. 이사회는 마음이 급했다. 맥스웰은 움직이라는, 뭔가 극적인 액션을 취하라는, 핸들을 꺾고 액셀을 밟으라는 엄청난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거의 2년간 패니 마이의 경영팀에 적합한 사람들을 구하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버스의 목적지가 있어야 '적합한'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건 아닐까? 적합한 사람들은 이게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신경 쓰지 않을까? 정말로 적합한 사람만 태우면 동기부여도 필요 없는 걸까?


<Reply>

김민현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은 좀 극단적인 것 같고.. 계획은 항상 바뀔 수 있어야 하지만 토대는 확고해야 할 것 같아요. 

https://www.slideshare.net/.../how-google-works-final-1
전략으로 운영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이 1. 전략이 이미 틀렸거나 2. 빠른 마켓변화로 곧 틀릴 것. 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내놓은 대안이 smart creatives가 베팅할 수 있는 미션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최고의 사람을 뽑고,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 갖춰야 할 것...
1. 문화 2. 비전 (slogans) 3. Impact 가 큰 사람 중심으로 작은 팀으로 운영하기 4. HR에 모두가 참여하기



2019.09.03


# 생각은 기억력도 바꾼다

<착각하는 뇌 상식사전>에서 재밌는 실험을 봤다. 60대 이상과 20대 실험 참가자 그룹에게 단어를 보여주고 기억나는 것을 쓰게 했다.

한 그룹에게는 1) "지금부터 심리 테스트를 시작합니다"라고 했고, 다른 그룹에는 2) "지금부터 암기 테스트를 시작합니다."라고 말해줬다.

20대 참가자는 1번과 2번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60대 이상 참가자는 2번(암기 테스트)에서 기억력이 현저히 감소한다.  

노인들이 '자신은 나이를 먹어서 기억력이 떨어졌다'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암기력'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 나는 늙어서 암기력이 안 좋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그 믿음대로 기억력이 저하된다.


생각은 행동과 역량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젊은 사람에게 '건망증', '잘 잃어버린다', '고독' 등 노령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보여주면 걷는 속도가 무의식 중에 느려진다. 의사가 같은 약을 주더라도 '이 약은 특효약입니다' 하고 주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약의 효과가 좋아진다.


'나이 먹어서 00이 안돼'라고 생각하셨던 분들 조심하세요... 생각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2019.08.08


# '애그리게이터' 기사를 쓰고 나서 머리를 맴도는 단상들.

인터넷 이전 시대에는 생산 수단과, 그것을 대규모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이 경쟁력이었다. 생산 수단, 유통 채널을 가진 회사들은 ‘공급 측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었다. 더 싸게,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경제적 해자였다.


반면 인터넷 이후에는 경쟁력이 고객 관계에서 나온다. ‘관심/애정’이나 '정기적 방문 습관’이나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용자와 관계 맺고 있는가가 경쟁력이다.  


인터넷은 고객 관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장 가능하게 해 주었다. 이제는 수요(사용자)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 경제적 해자가 된다.


공급자와의 관계에서 사용자와의 관계로 경쟁 우위의 원천이 이동했다는 게, 애그리게이터 이론의 핵심이다. 이 관점의 전환은 몇 가지 중요한 현상을 이해하게 해 준다.


Q: 왜 전통적인 회계 기준/재무 지표(PBR)로 애그리게이터(혹은 플랫폼 기업)의 자산을 측정할 수 없을까?
A: 고객 관계는 재무제표에 찍히지 않기 때문.


Q: 왜 인터넷 이후 전통적인 산업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말이 많이 들릴까?
A: 인터넷 시대의 기업들은 제품/서비스로 정의된 시장이 아니라 사용자를 기반으로 플레이하기 때문.


Q: 왜 기존 독점 기업의 정의가 인터넷 기업에게는 통하지 않을까?
A: 경제학에서는 제품/서비스로 시장을 정의하는데, 인터넷 시대의 선두기업은 공급이 아닌 고객의 ‘시간’과 ‘관심’을 독점하기 때문.


Q: 왜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이 중요해졌을까?
A: 고객의 ‘관심’과 ‘체류 시간’과 ‘정기적 사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쟁 우위 확보의 수단이기 때문


Q: 왜 어떤 플랫폼은 승자 독식하는데 어떤 플랫폼들은 공존할까?
A: 사용자-플랫폼 관계(Lock-in)가 약하거나, 전환 비용이 낮기 때문.


Q: 왜 어떤 플랫폼은 고객 관계를 보유하고도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지 못할까?
A: 사용자와의 관계보다도 공급자가 만드는 제품/서비스의 퀄리티가 중요한 시장이 있기 때문. (ex. 넷플릭스의 사용자 관계는 강력하지만, '왕좌의 게임'이 그보다 더 강력할 수 있음)



2019.07.19


# 뉴럴 링크와 BCI


엘론 머스크의 비밀의 방에 숨겨져 있던 뉴럴 링크가 처음으로 연구 중인 내용을 발표했다. 관련된 내용은 '뇌-컴퓨터 연결? 실체 드러낸 머스크 비밀병기'에 잘 나와있다.
www.hani.co.kr/arti/science/future/902499

예전부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의 발전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브런치에 관련 글을 쓰기도 했었고.
www.brunch.co.kr/@bumgeunsong/31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딱 이 두 장의 그림이었다. Waitbutwhy에서 본 그림.


컴퓨터와 인간은 읽기, 타이핑, 말하기의 속도로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BCI가 나오면 인간-컴퓨터-인간 커뮤니케이션은 '생각의 속도'로 빨라진다.


인간 대 인간도 인터넷을 통해 생각의 속도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컴퓨터의 네트워크인 인터넷이 세상을 이렇게 바꿔놨는데, 인간의 뇌가 인터넷에 연결되면 얼마나 세상이 크게 바뀔까. 짐작도 안 간다.


수십 년 후 우리는 자식, 손자에게 이런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할아버지는 왜 아직도 스마트폰이랑 키보드를 써요?
시대가 어느 땐데 텔레파시로 좀 보내시면 되잖아요."


물론 고대역 폭 BCI 상용화는 아아 아직 멀었다고 한다. 뉴럴 링크도 대단한 혁신을 성공시켜서 발표한 게 아니라 리크루팅을 위해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그래도 어쨌든 모바일, VR/AR 다음의 미래 인터페이스는 BCI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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