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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이 Apr 30. 2020

#03 우리 팀 신입사원의 회사 권태기

우리 팀원 왜 저러죠?

2019년에 KBS에서 방송된 ‘회사 가기 싫어’라는 드라마가 있다. 나도 진짜 흥미롭게 시청했었는데 상당기간 직장인들에게 공감과 위트로 화재가 되었다.


신입사원 노지원은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주관이 뚜렷한 우수한 인재다. 그런 후배 때문에 선배 이유진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왜일까?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에서 신입사원 노지원과 사원 이유진

유진은 지원에게 외주 업체와의 샘플 제작 업무 분배했던 것을 물으 샘플 제대로 컨펌했냐고 확인한. 똑똑한 지원은 “네! 두 번 확인했습니다."라고 대답하며 늘 그렇듯이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오늘 마감 전날이니 한 번만 더 확인하자며 유진이 제안하자 지원은 선약이 있다고 퇴근한다. 그날 밤, 샘플은 엉망이 되어 도착했다. 빨간색이 갈색이 되어버린 것. 모니터와 실물의 컬러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지원은 눈으로 직접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먼저 퇴근한 지원은 이 사실을 알리가 없고 마감 전까지 남아있다가 택배를 받은 유진이 이 일을 수습한다.

선배와 후배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들이다.


우리 팀 3년 차 김사원은 정말 똑똑하다. 법대를 준비하다가 전직한 케이스라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다. 나는 김사원을 비롯한 우리 팀 전원에게 지했다.

"전사 유연 재택근무 정책과 현실적 업무 보완을 위해 제 선에서 가능한 한 근태 조절해드릴 테니 각자의 재택근무 일정에 변동 발생 시 반드시 제게 별도로 얘기 주세요."

재택이지만 출근을 원하는 팀원도, 오전 9시 출근이지만 아이를 맡기고 11시 출근하는 팀원도, 급하게 개인 사정으로 5시에 퇴근해야 하는 팀원도, 복잡 위험한 출퇴근 시간을 피해 유연하게 다니고 싶은 팀원도 모두 내 선에서 책임지고 근태 조절을 하고 있었다. 우리 팀 직무 특성상 이미 주 40시간 할당을 채운 사람들 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 19라는 특이 상황으로 근태를 조절해도 되냐는 리더그룹선의 질문이 있었고 인사팀은 이미 팀장 전체 DL로 이 단서를 달아 회신한 상황이었다.

"팀장 재량"

젠장. 그놈의 팀장 재량은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똑똑한 김사원은 팀장이 아닌 인사팀에 연락했다. 재택근무 철회 시 정상 근무 처리가 되는지, 근태 관련 불이익은 없는지 말이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은 못했지만 십중팔구 인사팀은 불이익은 없으나 사원의 건강과 회사 내 거리두기를 위해 재택근무를 재차 권고한다 말하며 단, 팀장 책임하에 출근 검토 가능이라는 단서를 달았을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본인사팀에게 나는 회사의 선진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팀원을 출근킨 팀장이 되었다. 김사원은 혹시 팀장이 근태 문제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생각도 잠시나마 한 듯 보인다. 또 대기업의 특성상 수백 개의 팀을 상시 모니터 하지 않을 텐데  사태가 어느 정도 지나가고 난 후 인사팀에서 갑자기 우리 팀의 근태 현황을 불시에 모니터링해볼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 회사는 평소 사원들의 근태상황을 일일이 체크하지 않지만 제도 어뷰징 의심 례가 있을 시 불시 모니터링한다고 간부회의에서 밝힌 바가 있었다.

맙소사. 나는 이 날 김사원이 정말 미웠다. 나도 사람이란 말이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미숙해도 미래가 촉망한 사원이니. 이럴 땐 내 소중한 멘탈을 위해 오르는 분노와 널뛰는 불안 감정잠재우고 찬물을 끼얹어 보자. 끄러운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기.


나는 어땠을까.

협업팀의 A실장은 나와 오래전 다른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해본적이 있는 분이었다. A실장이 어느 날 내게 물었다.

"내가 아이디어가 좀 있는데 그쪽 실장이랑 자리를 좀 만들어주겠어요?"

나는 흔쾌히 "물론이죠! 일정 잡아주세요. 제가 모시고 갈게요."하고 대답했다.

다음날 나의 실장 B는 회의실에서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알고 보니 이미 B실장은 A실장과 그 건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었고 당시 A실장의 태도와 조건이 좋지 않아 B실장이 거절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오 마이 갓. 그걸 내가 가져왔다. 그것도 모자라 A실장의 근무지로 우리가 이동해서 브리핑을 받아야 하는 상황. 젠장. 지금도 B실장이 했던 말과 표정이 생각난다.

"터무니없는 조건이어서 내가 깐 걸 들고 와서는 그것도 모자라 거길 직접 가야 된다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뭔지도 알아보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못할 것을 가져와요? 아니네, 말을 안 한 내가 잘못이네. 그죠?"

한 번은 협력업체 계약 전 첫 킥오프 미팅 때였는데 나는 상대 업체에 우리 회사 경쟁사 쪽 이력이 있다는 것 비딩 자료를 통해 검토하며 "역시 능력이 있으니 이쪽 업계에서 여러 일을 하셨겠죠." 자의적으로 판단해 정확하게 따져 묻지 않았다. 계약은 성사되었고 훗날 을 진행하는 도중에 알게 된 어이없는 사실, 해당 업체의 이력은 가짜였다. 젠장.


러고 보니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스스로 판단해버려 상사 뒷목 잡게 만드는 실수, 나도 해본 적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신입 2년 차까지는 자책감과 열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적응기간이지만 3년 차부터는 삐딱해지는 일명 ‘사춘기’ 겪는데 이 기간 동안 23.1%가 회사 생활에 권태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요즘은 그걸 회사 권태기, 줄여서 회태기라고도 부른다지.

또 신입사원들이 그즈음 흔하게 하는 실수 1위가 지시와 다른 방향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라 한다.


제 어느 정도 업무도 적응되었고 디렉션받지 않아도 알아서 잘할 수 있는 역량 되니까 부쩍 자신감이 올랐는데 막상 일 다운 일 좀 해볼라치면 권한이나 예산 등의 한계를 느끼는 3년 차들. 그래. 사 권태기를 겪고 있는 우리 팀 김사원은 지시와 다른 방향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그런 디 흔한, 큰 맘먹고 바바리를 샀는데 나가보니 모두 그 색 바바리를 입은 것처럼, 우연히 연예인을 보게 되었는데 그 주변에서 핸드폰만 들고 오오오 하며 오징어가 되어있는 그 흔하디 흔한 사람들처럼, 우리 김사원이 그런 흔한 실수를 한 것이구나.  햇병아리 시절 책임지지도 못 할 일을 벌여 상사가 수습하게 만든 일들, 나도 숱하게 벌였구나. 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혹시 신입 팀원이 책임지지 못할 실수를 벌여 당신이 수습해야 할 상황이 생겼는가? 참자. 회태기지 않은가. 당신도 그다. 그리고 잘 알려주자. 특히나 그 신입이 똑똑이라면 언젠가 당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울트라 네버다이 아이언맨이 되어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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