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배경을 감싸는 예쁜 노란 프레임은
백지상태의 여백을 감싸는 포근함을 줍니다.
그렇게 살아가면 됩니다. 나를 감싸주는 프레임을 만들면서요.
AI를 연구하는 사람이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AI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공인간보다 인간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힘들다면,
저는 해결방법을 찾아봐야겠죠.
힘이 닿는 대로 말이죠.
최근 고민은 대형추론모델, 일명 Large Reasoning Model으로 더욱 빠르게 감소하는 인간 지식의 가치 저하 현상입니다. 인간의 지식은 불완전하지만 그런대로 동물보다 뛰어나기에 존중받습니다. 우리는 논리적이고,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기에 참으로 멋진 생명체입니다. 그런데, 대형추론모델, 특히 OpenAI Pro o1 은 아이큐가 120이라고 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인간, 아인슈타인이라던지.. 그들보다 부족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직업과 삶은 무엇으로 채워나가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내 삶을 채울 프레임은 뭘까요? 무엇에 의지해야 하죠?
이 글에서 저는 AI 발전에 맞춰서 인류의 역할을 형성하는 것은 숙제라는 논지를 주장하고자 합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인간 추론에 대한 간단한 지식을 공유드립니다. 이 정보는 스테닝의 Human Reasoning and Cognitive Science 책으로부터 발췌된 지식이기에 인간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논지 1: 의미는 형성되는 것이다.
인간은 현명하고 똑똑합니다. 우리는 논리적이고 배움에 의해 발전할 수 있는 고등생명체입니다. 뇌는 수백억 개의 뉴런으로, 수백 조 개의 시냅스로 매 순간 연산을 하고 있기에 엄청 복잡한 생각도 할 수 있죠.
한 가지 오해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 과정이 만능이라는 점입니다. 꼭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일부분에 대해서만 논리적이며, 우리의 논리는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인 의미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후설 (Husserl)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심리논리적 (psychologism, 심리학 + 논리학)이기보다 대상에 대한 의미를 찰흙처럼 덕지덕지 쌓아가며 형성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니까 죽는다"와 같은 논리는 사실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으며, 이와는 다른 "술을 마시고 있다면 20살이 넘는다."와 같은 규범적 논리 (Deontic Logic)에 뛰어납니다. 이 두 개의 차이는 인간사회에서 규칙을 지키도록 발전한 인간의 진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일반 논리인 (descriptive logic)은 오히려 약합니다.
수백만 년 전부터 조금씩 발전하여 형성된 우리의 사회적 행동과 뇌는 기계처럼 완벽하게 동작하기보다 조화롭게 동작한다는 표현이 적당합니다. 제가 인간의 논리를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대단히 많은 것들이 "주관적으로 해석"된다는 점입니다. 각자 원하는 대로 의미를 형성하고 생각하죠. 그리고 형성된 의미들을 바탕으로 논리를 펼칩니다.
결국 주관적으로 형성하는 의미는 허점 투성이기에 인간의 사고과정은 불완전합니다. 이는 AI가 초반에 발전과정과 모습이 닮았습니다. '인공지능은 지식이 없다' 라던지 '말을 따라 하는 앵무새'와 같은 주장들은 한편으로 인류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습니다. 우리도 분명 똑똑하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는 무지하며 불완전한 사고과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논지 2: 미래가 어떻든 형성할 의미를 찾는 건 인류의 숙제
불완전한 모습은 그렇기에 매력적입니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그 주어진 시간 동안 개인이 각자 주어진 시간과 자원에 따라서 삶을 그려나갑니다. AI의 발전에 따라서 인류가 추월당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편으로 이 길은 인류가 언젠가 걸어야 했던 길이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것들로 무너질 수 없는 노릇입니다. 분명 AI의 크나큰 발전으로 인류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테두리를 잃어버렸고, 앞으로 더 많이 잃어버릴 것 같습니다. 우린 무슨 가치를 좇으며 살아가야 할까요?
사라진 노란 테두리
언제나 그랬든 인간의 삶은 많은 걱정, 고민, 위험, 고통을 동반했어요. 그렇기에 AI에 의해서 인류의 가치가 위협받는다는 사실도 한편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AI에 대응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냐고요?
AI에 의해서 많은 이점을 얻은 사람이
의미를 형성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두 질문을 비교해 보면 제가 하는 말이 더 이해될 것 같아요.
1. AI 시대에 어떤 가치가 중요한가?
2. AI 시대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가?
분명 저도 1번의 답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앞선 많은 포스팅은 이를 위한 모험들이었죠. 대표적으로 (상호존중 소멸이론, AI는 인종 차별 주의자)와 같은 글은 AI에 의한 현실을 이야기했지만, 앞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 부족했습니다. 이제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거 같아요. 왜냐하면 인류는 불완전하고 테두리를 필요로 하는 것 같거든요.
이건 제가 만들어본 테두리예요.
이상하죠. 그래서 혼자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AI 시대에 필요한 가치는 다 같이 만들어 가야죠.
이상한 테두리 그림은 Alice Eggie 님의 저작권이며, 마지막은 오마주입니다.
예술은 재밌는 거 같습니다.
독자분들께도 추천드립니다.
AI에 지친 마음을 달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