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고구마

뜨거운 감자와 고무마에서는 나는 김처럼......

by 행복한남자

하~ 입에서 나오는 하얀 김을 보며 겨울이 왔음을 실감해 본다. 얼어붙은 손가락과 볼을 사사삭 비비며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께서 갓쪄놓은 감자와 고무마를 주셨다. 소금에 찍어먹을까 설탕에 찍어먹을까 고민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은 에어후라이어에 많이 굽지만 전에는 그냥 물을 넣고 냄비에 찌는 것이 일반적이었더랬다.


달고 짜고 톡 쏘는 형용색색의 맛있는 간식거리들이 넘쳐나는 지금. 감자와 고구마는 아직도 우리의 식탁에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맛과 영양을 떠나 기억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그때의 추억을 이 감자 한 알과 고구마 하나는 담고 있는 것 같다.


길을 걷거나 어떤 일을 할 때 문득문득 떠오르는 일들이 있다. 기분 좋았던 일, 슬펐던 일, 힘들었던 일,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일 등. 이 모든 기억들이 하나로 합쳐져 지금의 내가 있지 않나 싶다. 당시에는 너무나도 힘들었던 일들이 지금은 좋은 경험 정도로 치부될 수 있다. 그때는 힘들었었는데 정말 쉽지 않았는데 하는 일들 말이다.


망각(忘却). 어떤 일을 잊어버리다.
신이 주신 귀중한 보물 중 하나는 망각이라고 한다.


단편의 추억들은 힘들고 지친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힘든 시기에 한 조각 한 조각의 힘이 나고 즐거운 추억들은 장편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한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겨울이 너무 춥다고 했더니 어떤 노인이 겨울은 추워야 겨울이지라고 한 그 말에 우두커니 서서 그 말을 곱씹었더랬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이지


맞다. 겨울은 춥다. 추운 겨울이 와야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오고 봄이 오면 새싹을 좀 더 튼튼하게 자라게 하는 여름이 와 비를 흥건하게 적신다. 가을이 와 수확을 하고 다시 다음 해를 준비하기 위한 겨울잠을 들게 하는 사계절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도 같다. 잠자리와 나비를 쫓아다녔고 치열하게 준비하며 때로는 하늘의 별을 보며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며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그때는 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고 지금은 왜 그랬을까라고 하는 내게 인생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문제들을 계속 주며 앞으로 나아가라고 한다.


비교라는 것을 왜 해보지 않았을까? 나는 왜? 우리 집은 왜?라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만은 그때마다 나타나 한 마디씩 해준 선배들의 한마디는 살아가는 지침과 방향을 설정해 줬더랬다. 그중 기억나는 한마디.


애(teenager) 냐?


그렇다. 나는 어렸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준비하게에는 나는 너무 어렸더랬다. 세상의 무서움과 어색함. 즐거운과 활기참. 외로움과 고요함을 배우며 나는 점점 나이가 들었다. 참된 어른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길목으로 가고자 하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세월과 시간이라는 존재가 나를 그렇게 밀어낸다.


아직도 인생의 정답을 모르겠지만 그래도 살아보련다. 하루하루 살아보련다.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랑하는 가족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하루하루의 기억을 시간이 지나 하나하나 들춰서 볼 수 있도록 말이다. 날이 춥다. 출근할 때 옷을 꽁꽁 싸매고 나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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