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기다리시오. 내 가고 있오.
조퇴를 하고 경주발 기차를 탔다. 좋은 일로 가면 좋았을 것을...... 지금 다니는 직장에 다니기 전에 경주에서 회사를 다닌 적이 있다. 경주에서 일을 했을 때 같이 근무했던 선배가 어젯밤에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방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내게 복날이면 선배는 집에 데려가 형수가 만든 삼계탕과 삼겹살을 대접해주곤 했다. 지방에 혼자 내려와서 고생한다던 선배의 웃음과 형수의 배려가 아직도 생생하건만 선배가 죽었다는 것이 쉽사리 믿기지 않는다.
다른 선배에게 전화가 왔을 때 농담이냐고 물었을 때 선배는 이런 것도 농담하냐고 했다. 그제야 진짜 그 선배가 죽었구나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4년 6개월의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회사 선배들에게 이런저런 많은 신세를 졌다. 따뜻한 말 한마디, 구수한 된장찌개, 격의 없는 조언 그리고 이직한다고 했을 때 자기 일 같이 축하해주던 정 있는 사람들의 따뜻함을 잊을 수 없어 아직도 안부를 주고받았건만......
내려가는 기차가 덧없이 느리기만 하다. 어떻게 형수를 볼 것인지 또 아이들은 볼 것인지 걱정만이 앞선다. 또, 무언가 꽉 막혀있는 내 가슴은 어찌할는지......
'아이고 선배님! 왜 이리 빨리 떠나시오?
소주 한 잔 만 사주고 가시지 왜 그리 빨리 떠나시오?
젊고 젊은 형수는 어쩔 것이오?
또, 어린아이들은 어쩔 것이오?'
울컥함에 선배가 원망스럽고 또 남은 가족이 안쓰럽다.
가시는 길에 인사라도 올릴라오. 내 지금 가리니 조금만 기다리시오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