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남자 Aug 19. 2020

나는 이제 시작일까?

이 끄적거림의 말미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

눈을 떠보니 세상이었고 '엄마'라는 말을 처음으로 배우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장아장 걷게 되며 세상이 정말 넓다고 생각했고 따뜻한 엄마품이 얼마나 따뜻한지도 모르며 그 호사를 누렸다.


학교에 들어가 글을 깨우치고 숫자와 씨름하며 한 때는 가족보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친구들을 만났다.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랐고 그저 학생이기에 수업을 들었고 시키는 대로 시험공부를 했을 뿐이다. 간혹 어른들이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한 적이 거의 없었다.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적으라고 하는 생활지도기록부 취미, 특기란에는 쓸 것이 없어 농구와 독서로 도배했고 꿈과 목표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방과 후에 친구들과 함께하던 농구가 유일한 생활이었다.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모범적인 학생이란 말이 너무나도 싫었던 시기기 찾아와 이유 없이 화를 내기도 했었다.


그렇게 화가 나는 마음을 가지고 매시간을 뛰고 넘어지고 땀 흘리며 농구를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 생각 없이 너무나 행복하고 아름답던 유치한 어린 시절의 모습일 뿐이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고3이 되어 수능을 보고 원치 않던 학교로 진학을 해 좌절했다. 내 인생의 최대의 후회였으리라. 그렇게 20살은 지나갔다. 많이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며 그 시기에서야 삶의 목표에 대한 생각을 어설프게나마 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좋았다. 사람이 좋았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을 낙으로 여러 사람과 연을 맺었다. 새로운 일이라면 한 번씩은 해보았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조금씩 사람 만나는 법을 경험하게 되었다. 사람에게 실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겪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어린 티를 벗게 되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군대를 갈 시기가 되었다. 선배가 장교로 복무하는 모습과 현실적인 문제로 장교로 복무하는 길을 선택했다. 군생활을 하며 이 산(), 저 산()을 뛰어다니며 이 길이 내 길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와 고민 중 고민이 더 커지게 되는 시기가 왔고 전역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딱 한번 장교로 군 복무를 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한 적이 있었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친구들의 자유롭고 즐거운 모습을 보며 20대의 청춘을 이 깊고 깊은 산중에서 보내야 하나라는 후회를 하며 칭얼댔다.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화를 내었을 때 이것도 네가 선택한 길이라는 말씀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자의든 타의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내가 선택한다. 알람 소리를 맞춰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커피 한잔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순서에 맞게 짜인 틀처럼 보일지라도 모든 일에는 나의 선택이 있는 것이다.


엄마와의 이 일 이후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또, 가능하면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선택이 잘못된 선택일지라도 되돌릴 수는 없기에 말이다. 일의 중요도에 따라 선택을 위한 시간이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 것도 배웠다. '장고 끝에 악수 난다.' 하지 않았나?




전역 후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을 하면서 생각보다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배웠고 젊은 친구들의 패기와 열정, 노력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기회도 얻었다. 취준생에게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는 토익에 고통을 느껴봤고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으며 자신을 잘난 사람처럼 포장하는 법도 어설프게나마 배웠다.


취업을 하고 지방에서 근무하면서 지역문화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사투리와 음식, 정(情)에서 느꼈다. 너무나 많은 선배들의 도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비록 4년 6개월여의 기간이었지만 평생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그 시기에 느껴본 것 같다. 그리고 이 시기에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가치관도 정립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차후 더 나이가 들었을 시기에 하고자 하는 목표도 세웠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목표가 희미해지고 있는 듯하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늘어가는 경험치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그 목표를 꼭 달성해야 하는지도 의문이 생겼다. 아마도 다시 목표를 설정해야 할 듯하다.


그렇게 40살이 되었다.  





그럼 이제 다시 시작인 걸까?

도착점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아직도 답을 찾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하고 있지만 답을 모르겠다.


내가 선택하는 길이 맞는 답을 테지만 답은 정해지지 않았고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는 정답이 후에는 오답일 수 도 있을 테니 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했나?

의문은 길지만 단지 이 끄적거림의 말미가 아름다웠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인점포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