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분다.
"덥다. 너무 후덥지근하네요."
"그러게요. 저는 출근할 때 온몸이 땀에 졌었다니까요."
"뭐 이러다가 금방 가을 오고 겨울 온다니까요"
"맞아요. 그렇게 시간은 금방 흘러가죠"
"빠르다. 정말."
코로나19에 정신없는 일상과 쨍쨍 내려쬐는 햇볕에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다니고, 실내에서는 에어컨과 선풍기를 제일 먼저 찾았던 사무실 직원들의 모습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이 더위는 언제쯤이나 사라지려나 했는데 어느덧 아침해가 더뎌지고 지는 해가 일러진 듯하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업무와 씨름하던 흐르던 땀이 무색할 만큼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 선조들은 어찌 그리 지혜로우셨던지. 시기에 딱딱 들어맞는 절기에 감탄만 할 뿐이다.
광화문 세종대로를 걸어가며 양쪽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건물은 그대로이거늘 주변의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사람들 옷차림에 이름만 가을이 아닌 진짜 가을이 들어섰음을 다시 느껴본다.
달력의 3분의 2를 지나 2020년 9월에 들어선 지금. 올 한 해 만족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았는지 생각해본다. 과거에 한 일들에 대해 그때 그랬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후회는 없다. 그것이 그때 당시에 최선이었으리라. 그래야 내가 선택했던 일들이 의미 있고 값진 일이 된다.
파란 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등을 바라보며 이렇게 아름답고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낀다. 앞으로 어떤 즐거운 일들과 좋지 않은 일들이 내 앞에 닦쳐 올지 모르나 그 또한 지나가리라며 즐겁게 생각코자 한다.
시간은 유수(流水)와 같다고 했다. 막을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다. 처음에는 느리게 가는 듯 보여도 돌아보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저 멀리 가버린 흐르는 물처럼 말이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 순간순간이 소중함을 바라본다면 올 한 해 40살의 2020년은 너무나 소중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내가 행복한 만큼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