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끼던 이어폰을 잠시 내버려 두었다.
#먼저 변변치 않은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출근길. 집을 나서며 오른손은 이어폰을 찾아 귀에 꽂고 왼손은 시키지 않아도 플레이리스트에서 신용재 님의 '첫 줄'을 클릭했다. 요즘 이 노래가 너무 좋아 매일 듣곤 한다.
"어느 눈부신 햇살 아래.... 둘이 하나가 조각난 기억이.... 하나, 둘 떠올라.... 왜 몰랐을까 소중했다는 걸 수많은 장면 중에 하날 고른다면...."
현관문을 나섰다. 1층에서 보이는 화단에 알 수 없는 이름의 나무가 보였다. 하루하루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이 내들도 소리 없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을 달리하는 기존의 잎을 뒤로하고 조금씩 새순을 돋아내는 이 이름 모를 나무가 보여주는 것처럼 시간은 흘러가고 구름도 흘러가고 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껐다.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보았다. 화단도 보았다. 평소 보지 못했던 것, 잊고 살았던 것은 무엇인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알 수 없는 곤충이 울어대고 있고 바람이 불었다.
바람소리가 났다.
피식 웃으며 '바람소리도 있었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랬다. 관심을 가지지 않고 보지 안았던 아니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들이 잠시의 관심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 목에 평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려고 주위를 유심히 둘러보며 걸었다.
매일 지나던 길가에 있는 단독주택 담벼락 너머에 호박꽃이 피어있었다. 꽃이 활짝 핀 것이 오늘 핀 것은 아닐진대 어찌 오늘 봤는지 모르겠다. 때 마침 벌 한 마리가 날아와 꽃술에 앉아할 일을 하는데 이 녀석도 출근했구나라는 생각에 한번 웃고 두 번 웃었다. 다시 가던 길로 향했다.
도로가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엔진 소리와 사람들의 발검음 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았지만 귓가에 은은히 들려오던 바람소리와 새롭게 피어나는 새순, 활짝 핀 호박꽃이 준 아침의 소소한 행복은 오늘 하루 내내 계속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