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을 이 길에도 도착지는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라스베이거스는 그랜드캐년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고 그 장엄함에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또 다른 누군가는 30분 캐년이라고도 표현했다고 한다. 사람은 익숙함의 동물(?)이라 처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장엄함도 불구하고 무덤덤해진다는 말인데. 이런 표현이든 저련 표현이든 대단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했고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하고 차를 빌려 목적지로 향하게 되었다.
북쪽으로 갈지 남쪽으로 갈지 고민을 많이 하였지만 도저히 그 머나먼 여정을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인트 수를 줄이고 후버댐을 추가하여 일정을 꾸리게 되었다. 남쪽으로 가서 Hopi point, Maricopa poit, Yavapai point, Mother point, 후버댐 그리고 호텔로 돌아오는 일정을 꾸렸다.
사실 이실직고하면 처음에는 투어를 시도하였으나 최소 인원이 4명이 모이지가 않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일 당일치기 차량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도저히 시간상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에 새벽 4시에 출발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전날 차량을 픽업하여 호텔 주차장에 세워놓고 새벽 3시 30분 정도에 일어났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출발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의 장거리 운전이 상당히 쉽지 않게 느껴졌다. 특히 고속도로에 가로등이 없다 보니 많이 어두웠고 답답함이 계속 느껴졌다. 더구나 전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 죄(?)로 가는 길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고 졸음이 몰려왔다.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고 하는 일을 반복하여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그러나 중간중간에 차를 쉬어가며 보았던 밤하늘의 별들은 서울에서는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을 보며 운전대를 꽉 잡았다. 그래도 졸음은 천하장사도 막을 수 없다고 했던가? 여전히 가도 가도 끝이 없게 느껴지는 여정이었다. 그나마 졸음을 쫓아준 것은 친구와의 통화였다. 한국은 거의 밤 12시가 다 되었을 텐데 덕분에 졸음을 많이 쫓으며 운전을 할 수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주변의 풍경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 맑은 날씨와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도로 좌우의 풍경들에 흥미를 느끼며 부지런히 그랜드캐년으로 향하게 되었다. 데스벨리와 마찬가지로 구글맵에서 명소를 검색하여 평점이 좋은 곳을 찾아 목적지로 설정하였다. 장장 몇 시간을 운전을 하여 입구에 들어서니 몇몇 차량들이 출입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차례가 되어 표를 구입 후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운전을 하며 살짝살짝 보이는 우측의 기하학적이고 거대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풍경들이 발목을 잡았다. 차량을 정차할 수 있는 곳에 차량을 정차하고 잠시 풍경을 바라보았다.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는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처음보는 광경이 그저 감탄을 자아낼 뿐이었다. 몇 시간을 운전한 보람은 이미 찾았다. 단지 사진에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다 못담음이 아쉬울 뿐이었다.
Hopi point. 사진으로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광경을 공유해본다. 어떠한 포토샾, 효과 등을 하나도 넣지 않아도 이러한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스마트폰과 미러리스 카메라의 셔터를 연속으로 눌러가며 감상을 하였다. 그리고 포인트마다 주정차를 하며 두눈과 가슴 안에 꼭꼭 눌러 담았다.
잠깐의 감상이 아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했더라면 훨씬 더 감동이 배가 되어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시간 일정상 계획했던 포인트를 돌고 서둘러 후버댐으로 향했다. 한 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점은 그랜드캐년이 애리조나주에 있었고 라스베이거스는 네바다주이기 때문에 시차가 있다는 것이었다. 약 1시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1시간을 더 벌 수 있었다.
파란 하늘과 쭉 뻗은 도로를 보며 운전하는 재미를 느꼈다. 또 언제 이곳에 와보겠나 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만큼 사람 보기가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주유를 하면서 운전하기를 몇 시간.
후버댐에 도착하였다. 후버댐 주차장에 들어가기 전 각 차량마다 검문을 하는 검문소가 있었다. 군인인지 이 곳 후버댐을 경비하는 사설 경비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차량의 트렁크, 하단 확인과 총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질문을 하고 통과시켜 주었다. 검문소를 지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10달러의 주차비를 계산 후 후버댐으로 걸어갔다.
트랜스포머의 촬영지로 유명한 후버댐은 미국의 대공황 시기인 1931~36년의 짧은 기간에 걸쳐 건축되었고 원래 명칭은 볼더 댐(Boulder Dam)으로 불렸으나, 1947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기념하여 '후버 댐(Hoover Dam)'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미국 애리조나 주와 네바다 주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콘크리트 중력식 아치 댐으로 높이 221미터, 길이 411미터의 규모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미드 호(Lake Mead)호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길이 180킬로미터, 최고 깊이 162미터로 미국 서부지역의 주요 상수원이다. 또한, 이곳 때문에 라스베이거스가 탄생했다고 한다. 5년 동안 2만 1천 명 정도의 인력이 소요되었고 그 과정에서 112명이 사망했다고 한다.(출처:나무 위키 '후버댐').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시대였을 당시인데 미국은 이러한 대공사를 했다고 하니 그만큼 그 당시 국력의 차이를 실감케 하였다. 더불어 그 커다란 격차를 현재의 모습으로 이끌게한 우리 조상들과 부모세대의 고생을 잠시나마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다시 차를 몰고 마지막 코스인 인 앤 아웃 햄버거를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구매 후 숙소로 돌아왔다. 이것저것 계산해보니 약 590마일(944km) 정도를 운전한 하루였다. 휴... 재미있고 뜻깊었지만 다음에는 혼자는 못 올 그러한 여정이었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오래오래 기억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