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도 거리가 있다. 그 거리는......
아......오늘도 불을 켜 놓고 잤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던 것이 몇 번 정도 반복되니 이제는 습관처럼 이어졌다. 눈을 뜨고 몇 걸음만 가면 손이 닿을 거리인데 어찌나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또 왜 그렇게 일어나기는 싫은지. 천근만근처럼 느껴지는 눈꺼풀에 장사(壯士) 없다지만 아침이면 후회할 반복되는 행동에 고소(苦笑)를 금치 못한다. 잠은 보약이라고 하는데 불을 켜놓고 잠을 설친다면 보약을 버리는 꼴이 아닌가?
뜬금없지만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 대사의 일화가 생각이 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처럼 한 순간 일어나 마음을 먹고 손가락 하나로 스위치 하나만 눌렀으면 편히 잠들 것이고 다음날도 상쾌하게 일어났을 텐데 그것 하나를 못하니 말이다. 겨우 이런 상황에 원효대사의 일화가 생각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창문으로 하늘을 보고 다시 한번 피식 웃는다.
생각에도 거리가 있다.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또 막상 하려다 보면 얼마나 그렇게 행동하기 힘들고 거북한지 모르는 것을 보면 말이다. 특히, 업무적인 일이나 일상생활에서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의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혹은 나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을 때 화가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때 서로의 앙금을 단기간 내 풀지 않는다면 앙상한 가지에서 어느새 자라난 무성한 잎처럼 시기를 놓치면 서로의 감정의 싹은 돌이킬 수 없다. 아마도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대화를 통하여 그 오해를 푸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그 결심을 하기까지 그 거리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향의 차이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곤란하거나 쉽지 않은 일을 겪었을 때 쉽게 표현할 수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누가 더 옳다는 것이 아니다. 이는 각자가 생각하는 생각의 거리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먼저 대화를 하고 의견을 청하기 위해 바로 100미터를 전력질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결심을 하고 준비운동을 한 후에 비로소 뛰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외부의 시선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주변의 시선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과 자존심이 신경을 쓰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저런 일에 처했을 때 외부의 시선에 대해 무감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에는 이 사회가 만만치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간극(間隙)을 좁힐 수 있을까? 우선 말을 하기에 앞 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흥분하면 말이 빨라지고 말이 빨라지면 간혹 생각할 틈도 없이 먼저 본심이 아닌 다른 표현의 언어가 구사될 수도 있고 내 의도와 다르게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할 말을 차분히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고 또한 이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역시 잘 알고 있다.
두 번째는 이미 알고 있는 해결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것이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든 사과를 하는 것이든 먼저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색하거나 마주해야 할 상황이 불편하여 차일피일(此日彼日) 겪어야 할 상황을 미루게 된다면 그 일은 해결되지 않은 체 후에 본인에게 더 큰 후회와 곤란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사실 고민은 하고 있지만 이미 마음이 기울어진 일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미 방향은 선택하였음에도 다른 사람들이 확인해주기를 바라는 상황들 말이다. 만약 해결을 위해 방향이 잡히지 않다면 과연 내가 하는 행동이 옳은 것인가? 나중에 내가 과연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하면 되지 않을까? 심사숙고(深思熟考)해서 바른 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시간을 소비한 나머지 적절한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것도 지양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의 시선을 조금은 덜 신경 써야 한다. 앞서 외부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기가 쉽지 않다고 하였는데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간혹 본인이 과도하게 신경 쓰는 일들이 어찌 보면 다른 이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혹은 생각하지도 않은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너무나도 스트레스받는 일들이 남들에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일 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생각의 거리를 좁히고 늘리는 것은 이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는 이야기를 다시 강조하고 싶다. 누구나 알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한 이야기를 다시 강조 한 이야기겠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해본다. 혹시 피하거나 두려운 일이 있다면 빨리 생각의 거리를 좁혀 그 일을 피하지 말고 해결하는 것이 좋다. 고민되거나 선택을 할 때 아마도 본인은 어떤 길을 가야 하는 것인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단지 회피할 뿐이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빨리 선택해서 거리를 좁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자다가 스위치 한 번 끄지 못한 것으로 생각이 너무 많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