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미'자도 모르는 직장인의 생각입니다.
삶을 살면서 그림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적어도 내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흔히 출근을 하고 퇴근을 일상으로 하는 보통의 직장인으로서 내게 휴식이라 함은 취미로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고 간혹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는 활동을 일컫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치열한(?) 직장생활을 하는 나와 같은 범인(凡人)에게 그림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보면 논외의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논외의 일이 아니겠지만 그 외의 일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딱히 그림이라는 물건(?)에 대한 관심은 이야깃거리가 아닌듯하다.
혹 주제를 삼더라도 고흐(네덜란드 출생, 1886~1890)나 피카소(스페인 출생, 1881~1973) 정도일까? 너무나 유명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들만이 기사거리나 주변의 광고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주변을 스칠 뿐이었다.
그런 내게 시카고 미술관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미술관에서 샤갈(러시아 출생, 1887~1985)의 작품을 보고 논하지 못한 경험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의 창피함을 계기로 기회가 생길 때마다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국내 작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다.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나혜석, 천경자, 백남준까지 우리가 각종 매체 등에서 역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리고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한 서사와 그림까지 경험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이를 시작으로 그나마 조금씩 상식 수준에서 우리나라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방구석 미술관 2」는 1편의 서양 작가들의 이야기처럼 우리나라도 보석과도 같은 작가들이 있고 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작품 설명을 너무도 쉽게 풀어준다. 비록 미술에 '미'자도 모르는 미술 무식쟁이이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몇몇 작가와 작품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132억이라는 최고가를 기록한 김환기 작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고 있다. 단색조를 기반으로 한 동일행위의 반복이라는 점화로서의 특징을 통해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그의 흔적은 1992년 서울 부암동에 연 ‘환기미술관’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작가 이중섭(대한민국, 1916~1956)이라는 이름 앞에 대표적으로 빠질 수 없는 소재는 ‘소’이다. 그는 한반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가축을 택해 그림을 그렸다. 그에게 ‘소’는 민족의 상징이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가 그린 ‘소’에는 그가 처한 상황에서의 그의 감정상태가 고스란히 나타난다고 할 수 있겠다. 6.25 전쟁 이후 험한 시기를 헤쳐나가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다가 영양실조와 간암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재능을 안타까워한 지인들의 노력으로 점차 박수근과 함께 최고의 국민화가로 인식되고 있다.
20세기 초중반 한국의 서양화가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부잣집 자제들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조선에는 서양화를 교육하는 전문기관이 없어서 유학을 가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민을 친근하게 그려낸 박수근(대한민국, 1914~1965) 은 그저 그림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독학을 한 사람이다. 그림에는 화강석과도 같은 질감이 드러나는데 그 질감을 드러내기 위해 갈색이나 회색 물감에 다량의 흰색 물감을 섞었다. 그리고 그 물감이 오돌토돌한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나혜석(대한민국, 1896~1948)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항상 붙이고 다녔다. 그녀는 우리나라 신여성의 표본이자 최초의 서양화가이다. 조선미술전람회에서 5회에 걸친 입선과 한국 여성 최초로 개인전을 가졌다. 3.1 운동에 관여하여 옥고를 치르기도 했고 소설가로도 활약하였다.
고흐는 알지만 김환기는 모른다는 어느 신사와의 사례로 포문을 연 작가의 머리말처럼 우리는 왜 미술이라고 하면 당연히 서양미술을 떠 올려야 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할 듯하다. 그들에게는 최고라는 수식을 주면서 왜 우리 미술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말이다.
K팝, K컬처, K푸드 등 우리나라 문화가 그 특유의 매력과 존재감으로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는 지금. 이 책은 한국의 대표 작가가 누구이며 작품이 무엇인지 대답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미술에 '미'자도 모르는 필자와 같은 그림 문외한의 눈높이에도 너무나 쉽고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책을 읽는 동안 충분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