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구름의 눈물

by 오마이줄리안

지겹도록 내리는 비는 2020년 대한민국을 물바다로 만들고 있다.

오랜만에 귀국한 한국은 공기중의 물기가 100% 였고 하늘은 무서울 정도로 사납게 물줄기를 쏟아냈다.


비가 구름이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믿는 어린 아들은 “그러게 구름이랑 잘 놀아줬어야지...” 라고 나를 탓했다. 왠지, 그랬어야했는데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한국은 정말 물의 나라다. 섬이 아닌 대륙이면서 3면이 바다로 둘러쌓이기는 쉽지 않고, 위 아래에서 넘나드는 기단의 영향을 이렇게 자주 받는 곳도 드물 것이다. 깨끗한 물이 부족한 시절에도 늘 홍수는 발생했고 태풍이 한번씩 쏟아지며 삶의 터전들을 앗아갔었다.


초등학교 1학년 여름 홍수가 나서 어른 무릎까지 물이 잠겼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오전 수업이 끝났고 집에 오려는 데 물이 넘쳐 흘러서 다들 부모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1학년 아이 키에서는 걸을 수 없을 정도여서 엄마 등에 엎혀서 집에 왔는데, 그때 어른의 무릎까지 물이 찬 걸 보았다. 근처 안양천이 제대로 정비가 안되었던 시기의 일이다.

집에는 다행히 피해가 없었고 마당으로 얕게 물이 차다가 배수가 되었다. 첨벙첨벙 맑은 빗물에 놀았던 기억도 난다. 홍수였지만, 나는 개운하게 놀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시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흙탕물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중학교쯤 되어서 동대문 어딘가 홍수 피해를 입은 곳으로 자원봉사활동을 갔었다. 그곳은 서울 한복판이었는데도 물난리에 모든 것이 잠겼었다. 그릇 상가가 모여있던 곳이었는데, 길가에는 하얀 접시들이 흙먼지에 잠겨 널부러져 있었다. 사람들은 수돗물을 틀어 접시를 닦고 흙을 털어내고 물기를 닦고 있었다. 군인들도 지원 나왔었다. 장마끝에 폭염이 닥쳤고 일보다 더위에 지쳐 나가 떨어질 지경이었다. 어린 나는 잠시 그 주변에서 일을 돕다가 두어시간을 채우고 그곳을 떠났다. 누구에게, 봉사활동 시간인정서를 받을 수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다.


이번에 물난리가 난 모든 지역에서, 예전에 홍수를 경험했던 그때 그당시 모습이 떠올랐다. 화면속 모습과 내 기억속 과거는 거의 흡사했다. 세월이 흘러서 나아진 건 아니었구나. 그동안 그저 비가 덜와서 가물었던 것 뿐이구나... 우리나라의 GDP3만불이 넘어도, 쏟아지는 빗물 앞에서 다시 1980년대구나.. 싶어서 서글펐다. 우리가 무언가를 못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해도 감당못할 자연재해는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


홍수 끝에 폭염이 시작될 모양인지, 매미 울음 소리가 심상치않다. 적당히 좀 하자. 구름아 앞으로 잘 놀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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