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일 것만 같던 라이더로서 삶, 그 꿈에도 변수가 따른다.
예를 들면, 아무도 없는 자전거 도로에서 엉켜버린 체인 앞에서.
새벽 5시면 눈을 떴다. 주어진 시간은 출근 전 시간뿐이었기 때문에. 겉으로 평온한 것처럼 보이는 조직의 업무 강도는 낮다고 할 수 없었고, 주 3일 이상 야근은 자연스럽게 따라왔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그뿐이었다.
눈을 떠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시간대별 날씨를 체크하는 것, 그리고 베란다로 나가 어슴푸레한 어둠 속 푸른빛이 도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컴컴하지만 않으면 되었다. 잠도 덜 깬 채로 라이딩 복만 챙겨 입고 나갔다. 망설이다간 출근시간이 금방 다가왔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그냥 간다. 뭘 챙기고 할 여유도 없었다. 옷을 챙겨 입고 나면, 보통 5시 반쯤 출발을 했고, 달리다 보면 해가 떴다. 일출을 온몸으로 받는 것이 좋았다.
매일 새벽 라이딩을 시작한 지 2주쯤 된 7월이었다. 출발할 때는 새벽 공기에 시원하게 달려도, 돌아가는 길은 뜹뜹한 공기와 내리쬐는 볕에 견디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한여름이었다. 출발한 지 15분쯤 되었을까. 짧은 거리의 급경사의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앞바퀴(크랭크) 기어를 변속하다가 타이밍이 맞질 않아 체인이 처음 풀렸다. 기어 변속은 보통 오르막이 시작되기 직전에 페달링과 함께 맞추는데, 급경사의 짧은 거리는 뒤쪽(스프라켓) 기어를 적당히 조정해서 속도를 빠르게 내면서 다리 힘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타고나기를 근력이라곤 없는 체질이다 보니 힘이 달릴 때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무리하게 변속하다가 체인이 풀리는 날들이 종종 있었다.
그늘 하나 없었다. 보이는 건 그저 회색빛 시멘트 자전거 도로와 황량한 풀떼기뿐. 빨리 다녀오면 된다고, 물도 챙겨 나오질 않았던 자신감은 무엇인가. 그날따라 한 두 명 지나가는 라이더는 왜 눈 씻고도 보이질 않는지. 울고 싶지만, 결국은 내가 감당해야 할 문제다. 결국은 주저앉아서, 체인을 들여다본다. 체인의 기름때가 금방 손에 범벅이 되었다. 뙤약볕이 검정 라이딩복에 고대로 스며드는 가운데, 큰 톱니와 작은 톱니, 체인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오로지 내가 해결해야 한다.
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사실 대책 없는 스타일이다. 그저 몸으로 부딪히고 보는 타입. 무언가를 하기 전에 사전 정보를 검색하거나, 준비, 계획, 어떤 루틴과는 거리가 먼 인간 유형이었다. 출발 전에 겨우 자전거 바퀴에 바람이나 체크하면 대견할 정도였다. 자전거용 백팩에 펑크에 대비한 튜브나, 고무 패치, 육각렌치 등이 가지고 다니는 라이더들이 있지만, 사실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은 벌이지 않는 편이다. 이런저런 것을 따지다가 내 머릿속이 더 피곤해져서 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을까 봐. 그리고 그 단계까지 체득하기엔 내가 너무 속도가 느린 인간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기름때가 얼굴까지 묻었을 때쯤, 뒤 스프라켓을 잡아 주는 뒷 드레일러의 체인을 좀 끌어당겨서 겨우 앞 크랭크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땀과 기름때로 범벅이 되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돌아가야 한다. 출근시간이 빠듯했다. 오늘 라이딩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엉킨체인을 풀었고, 자전거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4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젠 제법 체인을 능숙하게 끼운다. 체인이 풀렸을 때, 비상용 목장갑 같은 걸 들고 다니면 완벽하겠지만, 아직도 그렇게 부지런하진 않아서 임시방편으로 물티슈를 들고 다닌다. 두장만 있으면 깔끔하게 끼우는데, 일반 티슈처럼 잘 찢어지지 않기 때문에 체인에 끼이거나 하진 않는다. 물티슈로 두 손의 집게손가락을 감싼 후에 뒤쪽 체인을 앞쪽으로 여유 있게 당겨서 톱니에 잘 맞춘다. 물티슈가 없으면? 그냥 주위에 넓은 풀떼기의 이파리를 활용하면 된다. 엊그제 이제 막 라이딩의 개미지옥에 빠진 팀 막내의 체인을 끼워주며, 뙤약볕의 그날을 떠올렸다.
그냥 서투른 나를 인정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데 느린 나도.
늦어도, 서툴러도, 지금까지 라이더로 달리고 있지 않은가.
p.s. 이제 제 가방 속에는 육각렌치와, 물티슈, 얼음물, 전날 얼린 아이스커피, 비타민, 초코맛 그래놀라 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