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무뎌지는 엉덩이_사이클복의 세계

by 포도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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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아가씨, 자전거를 많이 탔는가베.

허벅지가 내보다 더 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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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이건 자전거 타서 그런 거 아니고, 타고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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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에서 라이딩을 한 첫날, 허벅지 힘만 믿고 특별히 부대끼는 느낌 없이 즐겁게 1~2시간 자전거를 탔는데, 다음날 엉덩이와 뼈에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타박상이랑 비슷하면서도 뼈까지 욱신거리는, 라이더라면 의례 맞이하는 ‘안장통’이 오신 것이다.


동호회 오빠들은 본인들이 입고 있는 ‘오리궁둥이 패드 바지’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 주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브랜드가 뭔지, 예쁜 게 뭔지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그 동호회는 생각보다 소박한(?) 모임이었기 때문에, 자전거 동호회라고 했을 때 의례 장비빨에 힘을 준 모임과는 다른 성격이었고, 뭐 그 덕에 기죽지 않고 하이브리드 자전거도 열심히 탔고, 트레이닝 복을 입고도 그저 즐거웠다. 그래도 엉덩이가 너무 아팠기 때문에, 자전거용 패드 바지 구매를 알아보았다.


당시엔 어떤 기준도 없었기 때문에, 포털사이트에서 ‘자전거 패드 바지 여성용’이라고 검색해서 바지만 구입을 했다. 한 8만 원 정도 구입을 한 것 같은데, 입으니까 통증이 약간 가시는 느낌은 있다. 그러나 사이클용 패드 바지는 살을 보호해 주는 완충재 역할을 하는 거지 뼈나 근육을 완벽하게 감싼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남자의 생물학적 고통을 여자들이 모르듯이, 유달리 약한 그 부위를 남자들이 공감해 준다 한들 얼마나 알겠는가. 바지 입으면 괜찮다고 하던 그 말들에 원망을 퍼부었다.

결국은 어떠한 수도 없이 엉덩이에 굳은살이 배길 때까지 타는 수밖에, 오늘 타지 않으면 내일 되면 더 아플까 봐. 이번 주에 타지 않으면, 다음 주엔 자전거를 쳐다보지도 않게 될까 봐. 나는 그런 이유로 쉬지 않고 엉덩이를 단련시키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생활 자전거를 탈 때도 엉덩이가 아팠다. 그때는 젤패드를 따로 구입해서 씌워 다녔는데, 사이클용 자전거에는 젤패드를 부착했다는 옷감과 젤패드의 마찰력이 높아져 엉덩이에 불이 난다. 그래서 이왕이면 나에게 꼭 맞는 라이딩 복을 찾는 것, 엉덩이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사이클 복의 세계로 입문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날씬해 보이는 쫄쫄이어야 한다는… 끝나지 않는 개미지옥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데…


사이클용 패드 바지는 입어봐야 자신에게 맞는 걸 안다. 가성비, 디자인, 몸매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따져서 입어봤을 때, 개인적으로 국내 브랜드로는 르꼬끄 사이클복이 잘 맞았다. (아마도 체구가 작아서 그런 것 같다) 사이클복은 사실 이태리 브랜드들이 알아주었으나 입문 당시에는 마음이 급해서 직구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보다는 매장 가서 입어보고 나에게 딱 맞는 걸 찾고 싶었다. 르꼬끄 사이클 복은 소재감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몸매를 이쁘게 보이게 하고, 엉덩이 패드도 몸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랄까. 옷감 소재가 너무 편한 브랜드들은 안장패드가 좀 힘이 없게 무너지는 듯한 느낌들이 있었다. 그래서 여러 벌의 사이클 복을 갖게 된 지금도 무엇보다 핏을 우선순위로 놓고 고르는 편이다.


사이클복의 세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1. 플렉스형 2. 아재형, 3. 실속형으로 내 나름의 구분을 해 본다. 첫 번째, 플렉스형은 개미지옥의 끝. 명품 브랜드로 도배한 라이더들을 말한다. 특히 물 건너서 온 이 브랜드들은 이태리제가 굳건히 탑으로 자리 잡고 있다. 멋 내기 좋아하는 2~30대의 건장한 남자 라이더들이 핑크색 띠가 포인트인 그 브랜드(라*)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두르고 시속 35~45킬로로 지나갈 땐 저게 다 얼마일까 그런 생각들과, 탄탄한 몸을 잘 감싸고 있는 그 브랜드가 또 태는 난다면서 고글 사이로 므흣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두 번째, 아재형은(명칭에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자전거를 찐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온몸에 표현한 유형들이랄까. 자전거 의류 브랜드들이 지금처럼 세분화되기 전에는 자전거 회사에서 나온 사이클 복들이 많았고, 그 고유의 브랜드를 각인시킨 디자인이 많았다. 마치 자전거와 옷이 혼연일체가 된 것처럼. 강렬한 노란색에 검은 글씨, 빨간색, 파란색, 자전거처럼 강렬한 색과 글씨들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물론, 고급 자전거 브랜드에서 나오는 간지 나는 디자인이 더러 있긴 했지만, 저 의류들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복제품이 꽤 많았다. 보통 자전거 의류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포털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유형으로, 나도 뭣도 모르는 시절엔 강렬한 그 리듬에 합류할 뻔했다. 보통 생활자전거를 많이 타시는 분들이나, 산악 라이딩을 즐기는 4~50대의 아저씨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다.


마지막, 실속형은 너무 사치스럽지는 않지만 적당한 멋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한 정도랄까. (나도 여기서 머물렀으나 요즘은 또 개미지옥의 굴이 한층 깊어진 것 같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 국내에서도 꽤 예쁜 디자인의 자전거 의류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글을 시작한 시점에서는 그 브랜드 디자인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글을 마무리 짓고 있는 코로나 이후 호황을 맞은 사이클복 시장에서는 이 브랜드들도 눈에 띄는 디자인은 사이즈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웬만한 해외 브랜드만큼이나 디자인도 예뻐졌고 색상의 선택의 폭도 넓으며 소재감이 좋은 아덴바이크나, 좀 더 화려한 느낌을 가지고 있고 여러 액세서리까지 갖춘 오스바이크웨어 등. 접근성이 쉽고 마케팅에서도 꽤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폭이 한층 넓어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이 지방 곳곳까지는 잘 없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꼼꼼히 살펴보고 사아햐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가끔은 애국심이 들 정도로 좋은 제품들을 만들어 낸다는 생각을 한다.


중요하다.

예쁜 라이딩복을 입는 것. 간지의 첫번째는 자전거, 두번째는 라이딩복 아닌가. 예쁘게 갖춰 입고 나간 날은 더 잘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헬멧 쓰고 고글 끼고 마스크까지 끼고 나면, 사실 누군지도 못 알아보는데, 그리고 라이딩의 원칙은 아무리 멋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우린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이. (작업은 좀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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