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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poom Jan 07. 2024

필요충분조건

광고로 점철된 일상 속 메시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 일상이 광고로 꽉 채워져있다는 생각을, 인스타그램, 유튜브, 방송 미디어에서 보이는 거의 모든 것이 상품이라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어떤 이가 입은 옷, 어떤 이가 가진 소품, 어떤 이가 사는 동네, 어떤 이가 잠시 들른 카페, 어떤 이가 향유하는 취미, 어떤 이가 놀러간 여행지, 심지어 어떤 이가 갖는 삶의 태도...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보는 나에게 어떠한 심상을 만들어, 결국은 그 어떤 이를 따라서 갖고싶게끔 또는 하고싶게끔 한다. 결국 따라서 구매하고 따라서 사용하게 된 적이 종종 있다.


자본주의 체제 하 사회가 원활히 돌아가려면 생산-소비를 통해 자본이 순환되어야 하는데, 이 연속적인 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 각 이해관계자는 다양한 노력을 한다. 대표적으로 물건을 판매해야만 살아남는 기업은 생산품을 필사적으로 광고한다. 그 광고 속 메시지는 주로 "너는 결핍되어있다", "다른 이는 다 갖고 있는데, 너만이 결핍되어있다", "따라서 너는 지금 이것을 필요로 한다"로 요약된다. 나만이 도태될 것 같은 두려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온 지난 세월을 잊고 갑자기 대단히 중요한 것이 누락된 것 같은 자기 자신을 의식하도록 하는 메시지는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 왔나?


삶에 있어 필수적이지 않은 것들을 끊임없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계속적으로 만들고 팔아서 돈을 번다. 그것들을 소비한 사람들은 자신의 구매력을 과시하고 취향을 전시한다. 자본의 순환고리가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에 의해 부추겨지는 현재. 생산품들은 충분히 사용되지 않은 채 또 다른 생산품에 가려서 쉽게 버려진다. 그래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안타깝게도 황폐된 터전과 황폐된 자의식, 그리고 그나마 기술의 발전 그 정도. (발전된 기술은 그래서 우리의 터전와 자의식을 보전하기 위해 충분히 쓰여지고 있는가?)


나는 근 1년 반 전부터 꼭 필요하지 않다면 새로운 물건을 사길 꺼려했다. 범람하는 각종 미디어에 스스로가 노출되는 것도 지양했다. 내가 밟고 있는 지구를 더이상 망가뜨리기 싫어서, 무엇보다 내 자신이 휩쓸리고 싶지 않아서, 헌 물건을 나눔받거나, 서로 교환하거나, 구매해왔다. 


자본의 순환고리에서 특정 계층의 자본 축적만 주 관심사였을 뿐, 이 고리의 부작용이나 자본의 재분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심도있게 고려되지 않은 우리 사회. 어떻게 하면 이 고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살아야할까? 


답은 분별력을 키우는 것이란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크나큰 재앙일테니, 결코 그 누구도 나서서 우리의 분별력을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키워주지 않을 것이다. (더 나가아 기본적으로 대중의 분별력을 가지는 것은 지배계층이 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결핍을 강조하는 세상의 메시지를 분별하도록 개인 스스로가 그 근육을 키우고, 서로 연대해야 우리 사회의 풍토가 바뀌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거대하고 이기적인 체제가 비로소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우리가 가진 힘이 "구매력"뿐이라면, 십분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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