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03 시필사 - 비
오늘은 비가 내린다. 월요일 퇴근길 즈음에 내리는 비라니.. 아..
어제는 날씨가 화창했다.
그저께도 날씨가 화창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지난 목요일 날씨는 어땠었지? 수요일은?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며칠이 지나면 기억나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기분이 좋았었는지 짜증 났는지는 며칠만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지난달에 만났던 친구들과의 수다는 재미있었지만 무슨 이야기 때문에 그리 생각한 거냐고 물어본다면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평범하게 지나가고 있다.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면 누군가에겐 배부른 소리일 수 있겠지만,
큰 불평도 만족도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하루를 평범하고 감사하게 보내고 있지만,
문득 미래의 내가 과거를 회상했을 때 큰 고민 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면 과연 기쁠까?
과연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미래에서도 좋은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는 삶을 보내고 있는 걸까?
음악이 흘러나오는 에어팟 밖의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문득 내 삶은 괜찮은 걸까?를 스스로 되물어보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비 오는 날의 시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하루종일 이대로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잠시 그 충돌과 싸웠다.
그러다 창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항복했다 비 내리는 아침에
나 자신을 온전히 맡기기로
나는 이 삶을 또 다시 살게 될까?
용서할 수 없는 똑같은 실수들을 반복하게 될까?
그렇다. 확률은 반반이다. 그렇다.
레이먼드 카버 <비> (류시화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