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10년 6월]
느낌적으론 모든 준비를 유학업체가 아닌 내가 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짧은 영어로 비자신청은 직접 못했지만)
숙소도 로망같은 외국인과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로 하고 싶지만, 그렇기엔 준비할게 너무 많으니 홈스테이로 결정하는데, 유학 업체에 소개 수수료 내자니 바가지같은 느낌이다. 지인이 전에 머물렀다는 홈스테이 가족에게 직접 짧디 짧은 영어 실력을 선보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역시 홈스테이하는 사람들에겐 뻔한 이야기인지라 단어만 이야기해도 말이 통하는 느낌이랄까? 영어 구사에 부쩍 자신감이 든다. 물론 이메일상에서..
영어에 자신감을 잃고 방황한다면 외국인한테 이메일로 써보는게 괜찮은 방법같다. 우리에겐 든든한 구글 번역신도 있고 시간도 있으니.. 아무튼 그때의 내 영어를 생각만 해도 손가락이 잘 안펴진다. 오그라들어서..
누구에게나 지금보다 더 큰 과거의 흑역사가 있으니 묻어두고 살아보려한다.(물론 송중기에겐 없더라..)
이렇게 홈스테이도 구하고, 비행기 예약이야 뭐 밤낮을 마다하고 조금이라도 싼거 찾으려고 노력해서 찾았는지 못찾았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냥 적당한 가격에 샀으리라.. 일본을 거쳐 밴쿠버로 들어가는 비행기표로.
이제 비자있고, 잘곳있고, 비행기표 있으니 준비가 완료되었다. ?
비자 & 비행기표 & 홈스테이 & (또 뭐 필요한가?)
이 세가지를 다 갖고도 영어학원을 급! 두달 다닌다고 뭐 달라지겠나. 계속 한살짜리 웅얼거림인 것을..
(요즘은 유치원생들도 다 잘해서...)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것을 이민 가방 2개에 모두 담아야 한다니,
그 줄이는 작업을 일주일동안 하다보니, 그동안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불필요하는 것들이 많았나란 생각이 번개처럼 깨달음이 오는 순간이었다.
내가 살아가기에, 그리 많은것이 필요하지 않구나. 그동안 나는 그 많은 것을 왜 가지려 했을까?
이 모든게 부질없구나..
이렇게 철학적인 생각과 깨달음을 얻고, 비행기를 타는 순간이 드디어 왔다.
그리고 그날 깨달음도 과했음을 다시 깨달았다.
이민 가방 2개를 가지고 줄이고 줄인 카메라 3개를 가지고 비행기나 타려고 했으나,
자꾸 짐이 많다며 못들어가게 해서 인천공항 그 한복판에서 캐리어를 열었다 닫았다 여러번 하였으나,
결국 가방 1개 추가로 20만원 가까이 추가하며 쇼를 하는 바람에 부모님과 헤어진다는 슬픔과 아쉬움이 전혀 들 틈이 없었다. 눈물 한방울 날 틈없이 비행기를 탔고, 언제 어디에서나 잘자는 천성으로 순식간에 지루할틈없이 그 먼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했다.
뭐..이래.. 티비에서 보면 뒤늦게 깨달은 사랑을 찾아 공항에 왔지만, 결국 엇갈렸다는걸 나중에 알고 비행기에서 펑펑 운다던지.. 뭐 그런게 있을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무일도 없고 마음까지 담담할 수 있는가?
1년이라, 생각해서 그랬나보다..
아무튼, 밴쿠버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영어로 전화를 해야하는 순간이 왔고 대충 이야기했는데 대충 알아듣겠더라. 홈스테이 맘이 공항으로 마중나오고 차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한듯한데 못알아들었던것 같다.
미소만 계속 지었던듯.
홈스테이 가족은 필리핀 대 가족이었고, 필리핀 홈스테이 맘은 그냥 보기에도 아주 바빠 보였다.
저녁에 학교가는 길을 익힐겸 가보기로 하고, 잠시 쉬기로 했다.
잠깐 자고 일어나니 오후 7시가 다 되었는데도 홈스테이 맘이 나갔는지 들어왔는지..소식이 없다.
이제 곧, 날이 저물텐데.. 학교에 가보기로 한걸 잊은건가? 근데 밖이 너무 환하네..?
거실에서 놀고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몇시에 해가 저무냐고 물었더니...못 알아듣는다. 아이고....
그냥 마냥 기다려야겠다.
8시 반쯤 되었을까? 밖이 낮처럼 밝다. 너무 신기해.. 해가 언제 지는거야?..
여름이면 한국도 해가 늦게 지긴 하지만, 여긴 8시 반인데도 오후 3시같네.. 거의 9시가 다되어서 홈스테이 맘이 학교에 가보자고 한다. 걸어서 15분 그리고 버스를 타니 번화가에서 내려 학교 위치 파악 후,
집에 무사히 돌아왔다. 이렇게 캐나다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해가 언제 지는지 궁금해하는 하루라니..
드디어 부푼 꿈을 앉고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이 우리나라 고등학교 할머니 선생님 스타일이다.
레벨업 시험만을 위한 수업을 한다. 별 대화없이.. 문법 위주에 너무 딱딱한 수업이 참을수가 없다!
캐나다에도 이런 선생님이 있다니..
다행히 반을 바꾸는건 자유로워서 반을 바꿨더니 선생님이 너무 쾌활 발랄이다.
사실 너무 쾌할해서 부담스럽다.
그래서 너무 좋다.
이제 적응해볼까..?
이때부터 캐나다에서는 끌리지 않으면, 바꾸던지 그만두던지가 시작된것같다.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이 마음하나만으로 캐나다에서 1년을 살아보는것이 버킷리스트였다.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