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악기를 찾아서 - 피아노

인생 악기를 찾아서 - 1

by 버리

어렸을 적 가장 처음 꿈이란 걸 꾸었던 건, 초등학교 2학년 때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를 만나면서이다.

어려운 형편에 어떻게 피아노 학원을 다닐 수 있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었지만

피아노는 내 삶의 목표를 갖게 되었던 최초의 악기이자 꿈이자 희망이었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우리 집 형편에 피아노를 산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으니(살 돈은 물론, 놓을 곳도 없었다..) 피아니스트가 되면 학원에서 정해진 시간이 아닌 하루 종일 칠 수 있을 거란 순수한 생각 하나만으로 어른들이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을 정답처럼 이야기하였다.


학원 레슨을 받고도 집에 가지 않고 있을 수 있는 한 피아노를 이것저것 악보가 보이는 대로 아무거나 쳤었다. 그런 나를 선생님이 더 의욕을 보이셨고 그런 애정 어린 눈빛을 받으며 난 더 피아노가 좋아졌다.


그즈음 학원 선생님의 소개로 경험상 예식장에서 결혼식 반주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린 내게 고생했다며 봉투를 건네 받았을 때

생애 최초로 돈을 번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피아노 대회도 나가고 그야말로 피아노가 전부이고미래의 목표가 확실했던 첫번째 나의 시절이었다.


세상의 제일 큰 고민이,

내 작은 손가락이 낮은 도에서 높은 도까지 닿지 않아서 한 번에 칠 수 없는 현실이었으니...


그때만큼 순수하게 하고 싶었던,

앞뒤 가리지 않고 열망에 가득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시도 때도 없이 책상에 앉아서 보이지 않는 상상 속의 피아노를 치던 손가락들

머릿속에 온통 피아노가 전부였던 그때, 내 인생의 악기는 피아노라 믿었었다.


그 무렵 집에서는 3년 가까이 치던 피아노를 그만 치라고 하셨다.

아마 경제적으로 학원에 보내실 수 없는 형편이었을 테고,

앞으로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지원할 형편도 안되는데 괜한 헛된 꿈을 빨리 접게 하실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학원 선생님께 사정을 이야기하니,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무료로 학원은 계속 다녀도 좋다고 하셨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학원에서 돌아오던 중 택시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결국 학원에 계속 다녔단 걸 들키게 되었고,

돈도 내지 않고 다니는건 도리가 아니며,

대로변에 있던 학원 다니는 길은 위험하단 앞뒤 맞지 않는 설득에 난 결국 피아니스트 꿈은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부모님이 그렇게 반대하던 그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고

결국엔 내가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고 한없이 슬퍼하며 다신 피아노가 치지 않겠다 결심했었다.

물론 어른이 된 후에 취미로 다시 시작했지만 이미 놓아버렸던 실력은 좀체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피아니스트가 될 실력이 아니었을테지만,

꿈을 펼치기도 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피아노가 내 인생 악기가 될 순 없었지만,

피아노를 볼때마다 그 시절 순수하게 행복했던 나의 모습이 유난히 그리워 지는 밤이다.


그 때 이루지 못한 꿈이었기에, 어쩌면 지금은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는 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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