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것들의 합이 곧 나다
"이거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두면 어쩌지?"
새로운 걸 시도하려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 오릅니다.
[그만두는 것 = 실패]라는 방정식을 안고 사는 우리이기에,
시작에 대한 부담으로 발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피아노를 끊었으면 최소 체르니는 들어가야 하고,
취업을 했으면 이력서에 쓸만큼은 버텨야 한다.
유튜브를 했으면 최소 3년은 해야 하고,
마라톤 트랙에 올랐으면 완주할 때까지 달려야 한다.
이런 생각들은 도대체 왜 생겨난 걸까요?
"그 따위로 할 거면, 다신 학원 보내달라 하지마."
어릴 때 뭔가를 그만뒀을 떄,
한번씩은 들었을 법한 말 입니다.
안 맞아도 참고, 재미 없어도 버텨서,
사회가 정해 놓은 완주 지점까지 달리는 것.
우리는 그렇게, 그것이 미덕이라 배우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게 우리 삶에 필요한 걸까요?
애초에 '완주 지점'이라는 건 누가 정하는 걸까요?
성인이 되어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그만 둘 때마다,
저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야 했죠.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내가 그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던데?'
따위의 이유는 잘 용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럴싸한 이유가 없다면
저는 '끈기 없는 놈',
'그럴거면 왜 했냐',
'또 저러다 그만두겠지'라는 말들을
온 몸으로 견뎌야 했죠.
하지만 글쎄요.
그런 말들을 견디며,
'전부 닥치세요. 내 인생 내가 삽니다.'
철학을 오랜 기간 펼쳐 온 결과,
저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됐습니다.
그건 바로
'내가 경험한 것들의 합이 나다'
라는 깨달음이었죠.
학점은행제 심리학 석사, KAC 코칭,
부동산 공인중개사, 커피 바리스타,
온라인 마케팅, 소설 연재 등등
저는 15가지에 달하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것을 시작한 계기도 사소했지만,
그만 뒀던 계기는 더욱 사소했죠.
하지만 그걸 세상에게
납득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남 일에 관심이 많은 한국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길을 가는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하 거든요.
여하튼간,
그들과 다른 노선을 취하며
저는 매 경험마다
나의 깨달음들을 얻어 왔습니다.
그건 '이거 생각보다 재미없네' 이거나,
'이건 시간이 많이 드는구나' 라는
사소한 것일 때도 있었지만,
'오, 이거 완전 내 스타일' 이거나,
'나 이거 잘하네. 이쪽으로 좀 더 파보자' 처럼
전에는 알지 못하던 방향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었죠.
그렇게 계속해서 조정하고,
조정한 방향들의 끝에
저는 이제 저라는 사람을
조금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건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던 내용들 입니다.
결국 우리가 시도한 것들의 합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인생도,
찍어 먹어봐야
잘 알 수 있다는 것.
인생 찍먹 시리즈에서는
우리는 시도하는 것, 실패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