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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F A2 합격 - 1년 간의 노력과 결실

회사에서 주어지는 크리스마스 휴가에 연차 일주일 정도를 붙여 약 3주 정도 한국을 방문했다. 오랜만에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을 만나 외국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는 국밥, 냉면과 같은 한식들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몬트리올에서 영어를 쓰며 일상을 보내다가 다시 한국에 와서는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사람들과 대화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뭔가 다른 시공간으로 텔레포트 해 온 느낌이랄까…


그렇게 1주일 좀 넘게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쯤 이메일로 시험 결과가 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다행히 합격…! 100점 만점에 91점으로 합격을 했다. 듣기, 독해, 작문에서는 거의 감점이 없었지만 역시나 말하기에서 감점이 있었다. 그래도 25점 만점이었던 말하기에서 50%인 12.5점은 충분히 넘는 점수였다.



시험 당일을 떠올려보니 여전히 긴장되는 순간들이 생생했다. 실수도 많이 하고 긴장해서 어버버거렸지만 그에 반해 생각보다 말하기 점수를 후하게 준 것 같았다. 합격은 그래도 할 수 있겠지라는 긍정적인 예측을 하고 있었으나 확실한 합격 결과를 받으니 마음이 한껏 놓였다. 올해의 프랑스어 공부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기쁘면서도 고생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없는 시간 짜내서 공부하느라 일 년 동안 고생이 많았다. 집에서, 지하철에서, 회사에서 꾸역꾸역 공부한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끼고 프랑스어 듣기 파일을 듣던 아침, 점심시간에 샌드위치를 먹으며 단어장을 펼쳐 놓고 암기하던 시간,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던 저녁. 주말에도 쉬고 싶은 것을 참고 프랑스어 공부를 했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혹시나 불합격하면 한국에서 남은 휴가가 자칫 즐겁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합격하여 한국에서의 남은 시간을 마음 편히 즐기며 보낼 수 있었다. 시험 결과를 확인한 후, 가족들에게 자랑을 했지만 역시나 쉽게 칭찬하지 않는 부모님으로부터는 "음… 더 열심히 해서 B2를 따야 하지 않겠냐?"라는 얘기를 들었다. 역시 부모님은 칭찬에 인색하단 말이지… 어쨌든 나 스스로는 그동안의 고생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프랑스어 공부를 내년 2~3월쯤 재개하려고 생각하고 있기에 당분간 2개월만이라도 프랑스어로부터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늘 뭔가 나를 옭아매고 있는 족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몇 페이지를 공부해야지', 저녁에 집에 오면 '오늘 진도를 못 나갔네' 하는 생각들이 항상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제 잠시나마 그런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그렇다고 내가 프랑스어 공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재미있을 때도 종종 있다. 다만 2년 내에 영주권 요건 수준인 B2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압박이 큰 것뿐이다. 캐나다 퀘벡주에서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프랑스어 능력이 필수적이고, 그 기준이 B2 레벨이다. 취미로 여유롭게 배우는 것과 목표 기한 내에 특정 레벨을 달성해야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휴가를 편히 즐기고 다시 몬트리올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회사에 출근했을 때 시험을 본 것을 알고 있는 매니저가 시험 결과에 대해 물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매니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So, how was your exam? Did you get the results?"

당당히 합격했다고 말해주었다! "Of course I passed!"


그러니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너에게 프랑스어로 얘기할 수 있는 거네! 우리 그러기로 약속했잖아!"

홀리 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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