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tto를 듣다가 울어버렸다

뒤늦은 뉴진스 입문기

by 불주먹


30대의 아기엄마에게 20대 시절은 전생 같다는 말을 듣고 공감하며 지내고 있다. 단정한 스웨터와 무릎 위에서 찰랑하는 치마를 가끔 갖춰 입기도 하며, 퇴근 후에 아무렇지 않게 친구와 맥주 한잔을 하러 가던 20대는 제왕절개 마취 이전의 기억으로, 깨고 난 후의 흐릿한 꿈처럼 남았다.


확실히 30대가 되고, 특히 아기를 낳고 나서 나의 모습과 생각은 많이 달라진 듯하다. 이 변화는 마치 구름 몇 점에 파랗기만 하던 하늘이 서서히 해가 지며 노을빛으로 물들어가다 어느새 저녁이 오듯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이제 나는 내일 뭘 입고, 무엇을 하며, 이번 휴가엔 어느 나라로 가고 싶은지 생각하기보단 남편과 열심히 돈을 모아 남은 대출을 갚고 눈여겨보고 있는 suv를 언제 살 수 있을지, 아이를 위한 물건들은 언제 어디서 핫딜로 쟁일 수 있을지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아니 대부분의 생각을 그런 것들로 채우고 있다.


지금의 모습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치열했던 지난 날보다 행복하다고 느낄 때도 많다. 가족의 울타리를 꾸리며 행복하고, 출산 후 빠지지 않은 그대로의 몸과 선크림만 대충 바르고 운동복 바람으로 다니는 데도 익숙하며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하루 한 번 샤워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지낸다. 억지로 애쓰기 보단 뭐든 상황에 맞게 자연스러운 게 좋다.




요즘 아이폰 광고에 뉴진스의 신곡인 ETA가 나올 때마다 10개월짜리 아이가 자다가도 눈을 떠서 팔을 흔들고,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도 넋이 나간 듯 쳐다본다. 그 광고가 나올 때마다 저리 하니 신기해서 웃어버렸다.


육퇴를 하고 여느 때처럼 유튜브를 뒤적이다 뇌리에 박혀있던 뉴진스를 보고 처음으로 Ditto 뮤직비디오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동안은 가끔 노래로만 들었다.)


그러다 가사를 음미하고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더니 당황스럽게도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루어진 아이돌 세계란 걸 너무나 잘 안다. 우울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너무 아름다운 걸 보았을 때 느끼는 그 감정이 막 솟구친다.



Stay in the middle

Like you a little

Don't want no riddle

말해줘 Say it back

Oh say it ditto

아침은 너무 멀어

So say it ditto

훌쩍 커버렸어

함께한 기억처럼

널 보는 내 마음은

어느새 여름 지나 가을

기다렸지 all this time



지금처럼 무언가를 쌓고, 해결해나가기 바쁜 어른이 아니라 누군가를 계절이 지나도록 기다리는 게 익숙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교복을 입고 학교를 뛰어다니는 소녀들을 보며 우습지만 내 딸에게도 언젠가 저렇게 아름다운 시절이 올 거란 기대가 되기도 하고, 내게도 정말 전생 같은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며 'Ditto' '나도 그래'라고 말하고 싶어서 눈물이 났나 보다.


깨알같은 지금을 지혜롭고 즐겁게 잘 보내고서 다음 인생기로 도약할 때쯤에도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고 몽글해지는 이 마음이 계속 푸르게 잘 남아있길 바란다. 일상을 바쁘게 살다가도 가끔씩 꺼내어보는 상자 속 내 마음이 나이 들지 않으면 좋겠다. Ditto, 나도 그래 라고 그때도 눈물이 조금 맺히기를 오히려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먹태깡이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