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굽기 Apr 17. 2018

일단 좋아요 하나 던져 주실래요?

SNS, 그 우습고 떨떠름한 즐거움에 관하여.

어쩌다 보니 SNS 중독자의 상징 같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투 머치 인포메이션을 제공하는 것을 취미로 삼음은 물론이요 타인의 투 머치 인포메이션을 경청하는 것 또한 즐긴다. 접속 빈도가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남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나라는 사람의 특성상 아무래도 SNS에 하루 온종일 죽치고 있는 것이 내 몇 안되는 소일거리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은 필연적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자꾸 이런 쓸데없는 거 올린다고 욕 먹고 그런다.

SNS의 정의에 이상론을 섞어 말한다면 사람들이 모여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이야기든 나누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이상론이 곧이곧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아무리 내가 SNS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그 정도의 현실감각은 있다. 현재 SNS의 흐름 양상은 먼 옛날 교과서 쓰던 사람들이 말한 이상적인 인터넷 세상하고는 거리가 좀 있다. 정말 나이브한 시선으로 보아도 많이 다르다. 성평등이나 정치적 올바름, 공감 등의 윤리론을 가져다 놓지 않아도(물론 이들은 현 사회의 큰 문제 지점 중 하나이다), 그냥 애초에 지금의 SNS는 서로 이야기 들어주는 공간이 아니다.     


서로 할 말 하는 공간. 아마 그것이 요즘 SNS 세상의 본질 아닐까 싶다. 마치 한 마디라도 더 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글은 대개 피상적이며 댓글들은 보통 공허하다. 요즘 달리는 SNS 댓글 중에서 가장 웃긴 댓글은 아마 ‘우리 소통해요~’아닐까. 정말 모든 것을 꿰뚫은 역설이다. 대체 이렇게 생겨먹은 동네에서 무슨 소통이 이루어진단 말인가.     


그런 맥락에서 인스타그램은 현 SNS 판 위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피상적인 ‘소통’. 그리고 '자기 할 말만 하고 넘어가기'에 가장 완벽하게 들어맞는 매체. 각자가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진과 그에 맞는 글귀 몇 줄이, 서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일렬로 정렬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스타그램이란 찌 이토록 완벽하게 만들어진 SNS인가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사진의 일렬 진열은 상당히 적극적인 전 방식임과 동시에 별 반응 없이 그저 스쳐 지나가기 완벽하도록 디자인된 관람 경로이다. 사진이야 그냥 훑고 넘어가면 그만이밑에 담긴 글들은 조금만 길어져도 감추기 처리가 되어 무시하기에 완벽하다. 그냥 스크롤 하면서 하트만 눌러주면 그만이다.      


물론 그 적극적인 자기 할 말 전시물 중에서 관심이 가는 뭔가를 발견해 천천히 사진을 감상하고 감춰진 내용을 읽는 것도 온전한 자유의지로 가능하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상반된 의지는 티가 나지 않는다. 어차피 하트는 눌려 있거나, 눌려 있지 않거나니까. 그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댓글이란 차별점이 있긴 하지만 사실 댓글을 남기는 사람이 애초에 그리 많지도 않다. 합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각자 버스킹 하고 있다. 촌극이다.     

현대 사회를 놀라울 정도로 투명하게 비춰낸다. 이 길거리는 나의 런웨이지만 '남'의 런웨이다. 나는 나, 남은 남이다.

시니컬하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정말 양심없게도 나는 인스타그램을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사진 찍는 걸 취미삼은 사람인 동시에 글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 나아가 위에서 말했듯 투 머치 인포메이션의 열렬한 생산자 및 소비자인 나이기에 나라는 사람에게 이만큼 좋은 매체가 잘 없다. 위에서 언급한 저 완벽한 전시회 구조에서 더 나아간 ‘스토리’까지도 자주 업로드할 정도니까 말 다했다. 난 쓸데없는 소리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다.     


인스타그램은 즐겁다. 좋아하는 사진가나 모델들을 팔로우해서 감상하는 게 즐겁고 다른 사람들의 (포스팅된)일상을 바라보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저 일렬 행진에 끼어들어 헛소리를 주절거리는 것이 재미있다. 다른 SNS등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글 올리기가 민망한데 여긴 사진을 올린다는 구실도 있고 어차피 남들도 헛소리 하고 있고 해서 좋다. 눈치가 안 보인다고 해야 하나. 마음껏 투 머치 인포메이션을 공급하고 소비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내 성격이 좀 모난지라 딴 사람들이랑 아주 똑같은 방식으로 인스타그램을 써먹지는 않는다. 어차피 두 줄인가 세 줄 넘어가면 숨김 처리 되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진지한 글을 쓰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짧은 글의 간결한 임팩트가 내게는 잘 안 어울린다. 난 정말이지 뭐라도 길게 주절거리는 것이 너무 편해서 그냥 주절거린다.      


사람들이 그 글을 읽을 수도 있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 아마 압도적인 대다수가 그냥 숨김 처리된 거 안 들춘 채 사진만 보고 좋아요 누르고 말 거다. 뭐 사진도 공들여 찍으니까 그거 봤으면 상관없다고 해야 할까. 남의 글에 댓글도 자주 단다. 단순히 바라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대방이 들고 온 이야깃거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 그런 방식으로 즐거움을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자칭 친절한 이웃, 타칭 오지랖쟁이로서 SNS를 이용하고 있다. 댓글을 달고 태그를 하고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남들이 다 무관심하게 쓱쓱 스크롤 내려도 오지랖 넓은 나는 그걸 다 꼼꼼히 보고 있다. 피곤하고 즐거운 인생이다.     


페이스북이 등장하기 전에는 블로그를 했고 이후에는 카카오 스토리를 종횡무진했으며 카카오스토리의 일몰 후에는 페이스북에 꾸준히 헛소리 성분을 공급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인스타그램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다. 아마 이 소셜 커뮤니티 판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이상 아마 나는 계속 여기든 저기든 결국 요 판에 묶여서 살 거다.     

 

당연한 소리지만 회의감도 많이 느꼈다. 회의감 없으면 저렇게 시니컬한 척 까는 소리 못 한다. 어찌 보면 애증에 가까운 관계다. 꽤 오래 전부터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십 년을 넘겼으면 하루이틀 레벨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이 판을 기웃거려 왔기에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가식이며 무엇이 허상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더듬거릴 수 있을 만큼은 안다. 하지만 문제를 알고 있는 것과 당장 끊어낼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재밌는 건 재밌는 거니까. 이런 저런 비판에는 이게 다 일종의 일기 대용이라는 핑계도 댄다. 나도 안다. 몰입하면 사람 망쳐먹는다는 거. 그 외에도 문제 많다는 거.      


당장 내 인스타그램 보면 사람들은 내가 매일 맥주마시고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며 사진 찍고 글쓰고 일상의 생각들은 죄다 진지한 고찰로 이어지는 줄 알 거다. 그런데 고찰은 무슨. 출사는 한 달에 한 번이나 나가면 다행이고 여행은 몇 달 전이 마지막이며 제일 자주 하는 생각은 ‘아 살 빼야 하는데’ 와 ‘아 햄버거 먹고 싶다’ 이다. 낭만 따위 문학 따위 철학 따위 내 머릿 속에서는 양분 공급 안 되어서 굶어죽었다. 인스타그램에 나타나는 거 그거 다 유령 같은 거다. 왜 죽어서 밖을 나다니겠나. 맘껏 양분 공급 받고 풍족하게 살지 못해서 한 맺혀서 타임라인을 떠도는 거다. 물론 헛소리다. 하여튼 죄다 거짓부렁인 건 나 스스로가 다 안다는 거다.     

난 이 사진을 재작년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 비슷한 음식을 구경조차도 하지 못했다. 호사는 호사이기에 기록된다.

종합하자면 지금의(어쩌면 과거에도 그랬을 테고) SNS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혼자서 거짓말 혹은 허풍을 중얼거리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상적인 공론장은 진작에 구성원들 스스로 때려쳤다. 차라리 혼자서 거짓말이나 꿍얼댄다면 다행이지. 이야기가 더 커질까봐 굳이 언급은 안 했다만 요 정보의 바다(내가 저번주 토요일에 버드와이저 마신 것도 정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지만)에는 온갖 혐오발언들이 물반 고기반 황금어장마냥 헤엄쳐 다닌다. 사람들끼리 서로 관심있는 척 하면서 무관심한 건 또 어떻고. 어쩜 그리 현대사회를 꼭 닮아있는지. 각자 외출복 쫙 빼입고 다니는 아파트 로비 같다.     


그럼에도 이 공간은 즐겁다. 이 공간은 사랑스럽다. 나의 이야기가 있고 당신의 이야기가 있고 그 모든 것들을 이어주는 통로가 있기에 그렇다. 설령 당신이 나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고 할지라도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기에 난 이곳을 떠날 수 없다. 아마 당신이나 나나 서로에 대한 관심은 좋아요 하나 누르는 걸로 퉁쳐지겠지만.     


당분간 여기다가 돗자리 펴고 패싸움을 하면 했지 아예 이 판을 떠나진 못할 것 같다. 내가 아끼고 아끼는 내 친구는 날더러 요런 것좀 그만 하고 혼자 사는 법좀 배우랬지만.


미안, 아직은 무리야.


매거진의 이전글 낯짝도 참 두껍다 니가 다시 날 찾아올 생각도 다 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